9월 8일 13차이자 마지막 순례길을 위해 권선동본당 성모승천순례단 단원들이 소성전에 모였다. 비가 온다는 예보에 모두들 우비와 우산을 준비했다. 이번 순례에는 본당주임 배명섭(안드레아) 신부와 수녀들 그리고 예비신학생 14명이 함께 했다.
이날 참가한 120명의 순례단이 걷는 거리는 손골성지에서 수원성지까지 12Km로, 순례단은 버스 진입이 힘든 관계로 손골성지 성지 입구에서 하차하여 약 500m를 올라가 손골성지에 도착했다.
신앙선조들의 정신을 기리는 손골성지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위치한 손골성지(전담 윤민구 도미니코 신부)는 기해박해 전후에 형성된 교우촌으로, 프랑스 선교사들이 입국하여 우리 언어와 풍습을 익히며 선교준비를 하던 곳이었으며 피정도 하고 쉬기도 하던 곳이었다. 향기로운 풀과 난초가 무성하여 향기로운 골짜기란 뜻의 손곡에서 유래한 이 곳에서 성 도리(헨리꼬)신부는 사목하다 체포되어 순교하였다. 현재 도리신부 순교 기념비가 세워져 있고 도리신부와더불어 오메르트(베드로)성인도 함께 기념한다.
순례단은 시작기도와 기념 촬영을 한 후 성지를 한 바퀴 돌며 묘소를 참배하고 산길로 들어 섰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고 흐린 날씨는 산행에 적합했다. 성지 뒤편에서 광교산 시루봉으로 오르는 길은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아 골짜기에 물이 많고 풍광이 뛰어났다. 모두들 강원도 깊은 산에 온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그러나 등성까지 오르는 길은 경사가 심하여 조심스럽게 걷느라 자주 지체되었다. 시루봉을 가는 중에 첫 번째 휴식을 하였다.
시루봉을 지나자 탁트인 풍광이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 토끼재에서 상광교 종점으로 가기 위해 계단으로 내려갔다. 잠시 물과 간식을 먹으며 휴식한 후 상광교 종점으로 향했다. 화장실을 위해 10분간 휴식 후 도로를 따라 내려가 점심식사 장소에 도착하였다. 교우가 운영하는 식당이라 푸짐하게 제공된 야채와 보리밥을 맛있게 먹었다.
다시 도로를 따라 걷다 저수지쉼터에서 둘레길로 접어든다. 녹조로 인하여 녹색으로 물든 저수지를 보니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하광교 분수대에서 휴식을 취한 순래객들은 때마침 시원한 물줄기를 뿜으며 환영하는 음악분수를 보며 감탄을 쏟아냈다.
이어지는 길은 하천을 따라 걷는 길이다. 약 이십 여분을 내려오자 북수문이 보였다. 용연을 돌아 북암문과 화홍문을 거쳐 수원성지(북수동성당)에 도착하였다. 마침기도를 한 후 버스에 오른다. 모두들 다 마쳤다는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조정현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