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7시30분, 어둠이 내려진 수원교구 성남대리구 분당성마태오성당(주임 방상만 신부) 안으로 촛불을 든 성가대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본당의 ‘사순절 음악묵상회’가 시작된 것.
어둠 속에 불빛은 제대 앞에 봉헌된 촛불 외에 예수님의 수난기를 그려낸 성화뿐이다. 엄숙한 가운데 해설자가 나지막이 묵상글을 읽어 내려가자 신자들은 깊은 묵상에 빠져들었다. 잠깐의 묵상이 끝나갈 무렵, 성가대의 성가가 이어졌다. 밤이 깊어감에 따라 신자들의 기도도 점차 깊어졌다.
본당 신자 유경희(크리스티나)씨는 “항상 가족들을 위해 먼저 기도한다”며 “오늘 이 시간 기도를 통해 우리 가족과 모든 이에게 평화와 안식이 깃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도 중심의 신앙생활을 강조해온 본당은 음악과 미술을 바탕으로 전 신자가 함께 기도하는 사순시기를 보내기 위해 이번 ‘사순절 음악묵상회’를 기획하게 됐다.
본당 주임 방상만 신부는 “신앙생활의 가장 기본이 기도이지만 가장 잊고 지내는 것 또한 기도”라며 “신자들이 기도에 맛들이고, 생활의 일부분으로 체득해 기도 중심의 사순시기를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번 ‘사순절 음악묵상회’를 준비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앞서 본당이 매주 금요일 음악을 통한 성무일도를 봉헌하고 있다는 것도 그 증거다.
아울러 그동안 ‘작은 음악회’ 등을 열고 본당 내 음악 활동가 발굴에 힘써온 본당은 이번 사순시기를 맞아 음악뿐만 아니라 각자의 재능을 활용, 해설(묵상), 미술(성화)이 융합된 묵상회를 마련하게 됐다.
이번 묵상회에는 본당 선창반주단과 함께 교구 알무스 그레고리오 여성 중창단이 참여했다. 또한 음악과 묵상을 풍성하게 해준 성화는 본당 성미술부의 고종희 교수(마리아·한양여대)가 공을 들여 선정했다.
본당 문화홍보부 성음악 담당 박병희(소화데레사)씨는 “그동안에는 음악 활동가 발굴에만 중점을 둬왔다면, 사순시기를 맞아 본당 교우들이 예수님을 주인공으로 두고 기도에 더욱 집중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다양한 요소의 결합을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본당은 이번 첫 시도를 기반으로, 앞으로 매년 사순시기와 대림시기에 같은 형식의 묵상회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