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관련 희생자 애도 기간(4월 29- 5월 6일까지)을 정한 교구는 각 본당 별 미사와 연도 시간을 배정하였다.
정식분향소가 마련된 29일, 화랑유원지 합동 분향소를 찾은 많은 신자들은 연도와 미사를 드렸다.
이날 저녁 8시에는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가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미사를 집전했다.
이용훈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세월호로 돌아가신 모든 분들과 학생들을 위해서 기도와 연도를 많이 바쳐달라”고 청하고, “또 희생자와 실종자 부모님들의 아픔과 고통을 덜어드리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월피동본당 홍승묵(요한) 씨는 “주교님 말씀에 공감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실천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가 이번에 희생되어 분향소를 찾았다는 이훈구(성포고·2학년) 군은 “친구랑 오래도록 잘 살았으면 좋았겠지만 이렇게 어이없게 희생되어 마음이 너무 아프고 슬프다”며, “친구가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안식을 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어린 나이에 희생된 학생들과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는 김경순(마리아·45세) 씨는 “‘캄캄한 바다 속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무겁고 아프다. 부활해서 이 세상에서 못다 핀 꿈들은 하늘나라에 가서 꼭 이루어서 행복하기를 바란다.” 며 “이 사건 후,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으며, 이웃에게 더 잘하고 더 잘 살아야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사람은 2만여 명이나 되며 분향하는데는 두 시간이나 걸렸다. 분향소 곳곳에는 추모 시와 교사들과 시민들의 편지와 바람 등이 적힌 종이쪽지가 붙여져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교구에서는 매일 저녁 8시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미사를 화랑유원지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연도는 계속해서 바칠 수 있다.
한편, 5월 1일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도 합동 분향소가 마련된 화랑유원지를 찾아 미사를 주례하고 생존자들과 피해자들의 가족들을 위로 했다.
<이하는 이성효 주교 강론 전문>
사랑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이 저녁에 우리는 이곳 안산 화랑 유원지 야외 음악당에서 자리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미사 시작 전에 이미 연도를 바친 본당도 있고, 분향소에서 예를 갖추고 이 자리에 함께한 본당 신자 분들도 계시고, 지금 이 미사로 이곳에 첫 발을 디딘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어찌 보면 사람이 사람을 위해서 사람이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사람이 죽음과 생명의 갈림길 사이에서도 생명을 선택해야한다는 그 엄중한 가르침’을 우리 마음속에 간직하도록 초대받기 위해 우리 모두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우리의 작은 기도로 영적인 힘을 얻고 작은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면 우리는 이 저녁에 우리의 모든 것을 주님 앞에 내어 놓는 것 자체를 주저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금 우리의 나약함을 주님께 봉헌 제물로 드립시다. 다시금 우리의 나약함 속에서 주님의 뜻이 실현될 수 있는 은총을 청하도록 하십시다.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다시금 새로운 과제를 주시는 것 같습니다. 잠시 우리 마음을 살펴보고 혹시 주님께 죄송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주님의 용서를 청합시다.
오늘 이 자리에 원로사목자이신 장덕호(갈리스토) 신부님께서도 저희와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계십니다. 지난 예수 부활 대축일 날 제가 미사 드린 본당이 안산에 있었습니다. 안산에서 부활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고 오후 2시에 진도로 내려갔습니다.
교구장 주교님께서 그곳 진도에 있는 우리 신자 분들에게도 함께 부활 대축일에 그 신비를 나누기 위해서 저에게 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날 저녁 때 그분들과 작은 텐트 안에서 미사를 봉헌하는데 이 ‘세월호’ 참사 시작이 성주간 수요일입니다. 그러니까 부활 대축일 날 불과 며칠 안 지났던 그 즈음에서 작은 제대 앞에 유가족들을 또 관계되는 분들을 모시고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어떤 말도 제 입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직 제 마음 속 깊이 ‘주님 정말 이분들을 위로해 주십시오!’가 자리했을 뿐입니다. 부활 대축일의 기쁨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었습니다. 그 시간 이후에 오늘 다시 우리 신자 분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며 그때는 실종자였는데 지금은 우리 곁을 떠난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분들을 저 앞에 두고 우리 신자 분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니까 똑같은 심정입니다.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친구들이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온 정성을 다해 그 영혼을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결코 이 일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이 일은 결코 ‘우리의 일’이 아닙니다. 이 일은 바로 ‘나의
일’입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아마 이들처럼 떠날 것입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분들이 나의 영혼을 위해서 많은 공간을 차지하면서 기도해줄 것입니다. 이것은 ‘가톨릭’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시 한 번 우리가 이 땅에서 ‘올바른 가톨릭신자’가 되기 위해 주님의 도우심을 청해야겠습니다.
이틀 전에 이곳에서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님께서 미사를 집전하셨습니다. 그 미사 중 ‘교구장님의 강론 말씀’을 직접 ‘인용’하고 싶습니다.
“발랄하고 청순한 우리 학생들은 차디찬 바닷물 속에서 극도의 두려움에 떨며 절규하며 쓰러져갔습니다. 우리 사회의 도덕적 타락, 천박한 자본주의적 사고방식, 물질과 경제 제일주의, 극도의 이기주의가 죄 없는 순진무구한 열여덟 살 젊은 학생들의 구만리 같은 장미 빛 앞날을 송두리째 빼앗아갔습니다. 공무원, 기업인, 지도층, 선박회사의 직원, 승무원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공범입니다.
우리 중에 누가 이런 참혹한 사건 앞에서 아무 책임이 없다고 변명할 수 있겠습니까? 정치 지도자, 국회의원, 시·도의 책임자, 지방의회 의원들을 우리가 선택하였고 그들이 이 사회를 지도하며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나라와 사회가 ‘양심’과 ‘도덕성’을 잃어가고 있다면 우선적으로 ‘국민 모두의 책임’입니다. 안전사고 발생과 그 대처능력은 수십 년 전과 비교해도 나아진 바가 없으니 너무나도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이른다고 하는데 우리의 ‘도덕적 해이’와 ‘안전 불감증’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수백 명이 생명을 잃는 참사가 되풀이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는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판박이 사고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정치·사회 개혁’에 나서야하고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깨어있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사회에 ‘윤리적 양심’이 회복되고 ‘안전의식’이 자리를 잡는다면 오늘의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며 남은 가족들도 일상을 되찾으며 치유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다시는 이 땅에서 안전과 양심적 부패와 부실로 인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그리스도인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며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교구장 주교님께서는 이 외에도 우리 사회에서 한번쯤 더 반성해야하는 여러 사항들을 나열해 주셨습니다만, 저는 여러분들과 오늘 이 저녁 우리 교회와 사회가 ‘생명 문화’를 건설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질 수 있기를 청하고 싶습니다.
결국 물질이 중심이 되고 생명이 경시되고 있는 이 사회의 모습을 우리가 변화시켜야만 합니다. 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변화되어야’ 합니다. 내 가정에서 물질과 경제가 중심인 그 사고방식을 버릴 수 있을 때 다시금 우리가 ‘사랑의 눈’으로 나의 가족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 사회와 교회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떠난 학생들이 하늘나라 주님 계신 그곳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기도하는 우리의 눈이 바로 ‘생명을 바라보는 눈’이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곳에서 학생들은 다시는 어른들에 의해 상처받고 죽어가는 일 없이 고통 받거나 괴로워하지 않고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며 마음껏 뛰놀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실종된 학생들이 어서 가족과 형제들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주님의 은총과 도우심을 간절히 청해야겠습니다. 오늘 이곳에 오셔서 미사를 드리며 기도하여 주신 모든 형제자매님들께 감사드리며 주님의 사랑과 은총이 함께 하기를 기도드립니다.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에게 이 시를 바칩니다.
박명영
활짝 피워보지 못하고
꽃봉오리 채로 떨어진 붉은 동백꽃
아! 아! 눈물이 앞을 가린다.
4월은 너무나도 잔인했다.
누가 이들을 바닷물에 매몰했는가?
하늘이여, 땅이여~
아직도 재잘거리는 너의 모습들이
살아서 눈앞에 어른거리는데
“애들아, 미안하다.
너희들을 지켜주지 못해서
못난 어른들 대신해서
내가 이렇게 사죄 할게”
박명영·배정애·최영길·김선근·성기화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