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는 5월 14일 장애인 수도 공동체인 ‘예수 동자회’(2012년 5월 14일 최기복 마티아 신부 설립)의 첫 착복 미사를 주례했다.
오전 11시 경기도 여주시 산북면 금품 2로 132에 위치한 옹기동산·청학박물관(이하 옹청박물관) 내 소낙빛 센터 경당에서 열린 ‘예수 동자회’ 착복 미사에는 170여 명의 신자가 참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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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기 주교는 미사 중 4명(최기복 신부, 유한욱 베드로, 정진철 야고보, 박명환 요한)의 수사들을 축복했다. 착복식에 앞서서는 김선우(헨리코) 형제의 입회 청원식이 거행됐다.
원로사목자 김영옥(가브리엘) 신부를 비롯한 사제단과 공동 집전한 미사에서 최덕기 주교는 “김수환 추기경의 유훈에 따라 설립된 ‘예수 동자회’는 기도하고 일하면서 ‘성체 지킴이’와 ‘옹청박물관 지킴이’의 소임을 수행하고 생명 존중에 힘쓰는 공동체”라고 ‘예수 동자회’를 소개했다. 그리고, “이 특별한 공동체가 예수님의 현존과 사랑 안에서 순명·정결·청빈의 복음삼덕의 생활로서 하느님께는 영광이 되고 어둡고 지친 이 사회에는 빛과 희망을 전해주기 바란다”고 강론했다.
최기복(인천교구 토착화 연구소 소장) 신부는 인사말을 통해 “단군 신화에 마늘과 함께 등장하는 ‘생명’을 뜻하는 ‘쑥’ 빛깔의 생활 한복을 ‘수도복’으로 정했다”며 “이는 수도 생활을 통해 영성적 변화를 희구하는 뜻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또한, 수사들이 수도복 위의 목에 걸어 지니는 ‘신표’(信標)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최기복 신부는 “예전에 훗날 보고 증거가 되게 하기 위하여 거울 등을 깨서 한 조각씩 나눠가졌던 것처럼, 예수님과 우리의 약조를 표상하는 것”이라며 “두 눈(○ △) 중 하나는 하느님을 향하고 다른 하나는 인간을 향하며, 입(□)은 이 세상에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특히 “신표 한가운데의 ‘이응’과 ‘쌍비읍’은 ‘아빠’(하느님)를 의미하며 그 자음으로 각각 ‘십자가’와 ‘야곱의 사다리’를 형상화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옹기와 청학정신과의 인연으로 해주 최씨와 남원 양씨 두 집안이 2002년 10월 10일 설립한 옹청박물관은, 창립 이듬해인 2003년 5월 15일 옹·청의 교육이념을 세종대왕 훈민정음의 생명 사랑의 민연(憫然) 사상과 ■ ▲ ○ 삼재(三才) 사상에 두고, 이를 백남 김연준, 옹기 김수환, 여해 강원용의 조국애로 상징 표상하여 <삼가서원도>(三家誓願圖)라는 작품으로 진설한 바 있다. *문의 031-881-4157~8 옹청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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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화 명예기자
<최덕기 주교 ‘예수 동자회’ 첫 착복 미사 강론 전문>
돌아가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의 유훈에 따라 설립된 장애인 수도 공동체가 예수 동자회입니다.
이 수도 공동체는 기도하고 일하면서 ‘성체 지킴이’와 ‘옹청박물관 지킴이’의 소임을 수행하고 생명 존중, 그리고 소통 교육에 힘쓰는 공동체입니다.
이 특별한 공동체가 하느님께는 영광이 되고 세상 사람들에게는 기쁨의 소식이 되기를 빕니다.
잠시 후 최기복 마티아 신부님을 비롯해서 세 분의 수사님들이 착복식을 갖습니다. 착복식을 한다는 것은 예수 동자회 공동체 생활에 대해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 세속의 옷을 버리고 예수 동자회 수도 공동체 고유의 수도복을 입는 것을 말합니다.
예수 동자회 수사님들이 오늘 수도복을 입고 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예수 동자회 정신을 갖고 예수 동자회 수사님으로서 새롭게 살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까 예수 동자회 수사님으로서 보다 완전히 예수님을 따르고 예수님과 하나 되는 삶을 살기 위해 예수 동자회 복장을 입는 것입니다.
수도복을 입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보다 더 완전히 예수 그리스도를 입기 위해서입니다. 보다 더 완전히 예수님만을 따르고 예수님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예수 동자회 수사님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 늦게 쉬기까지 스승이신 예수님을 바라보고 예수님 말씀을 듣고 따르며 교회와 국가·사회를 위해서 기도하고 일하는 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주님을 따라다니다 보면 예수님께서는 많은 사람들과 식사하고 소통하기도 하시지만 위험을 맞고 십자가 죽음의 길로 가시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이 가시는 길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따르는 것이 예수 동자회 수사님들의 속성입니다.
그러나 수도복을 입는 것 자체만으로 자신이 거룩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신분이 높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세속과 완전히 끊어지는 것도 육체적인 욕망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기에 수사님들은 매일같이 더욱더 열심히 예수님을 따르고 예수님과 함께 사는 생활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명실 공히 속속들이 예수님과 일치하는 생활이 돼야 합니다.
예수 동자회라는 이름 자체가 말해주듯이 수사님들 모두가 항상 예수님을 졸졸 따라다니는 동자들이 되고, 예수님과 함께한 열두 제자들처럼 그렇게 예수님과 먹고 자고 생활하는 그런 분들이 되실 때 수도복은 빛날 것이고 아울러 존경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예수 동자회 수사님들이 평생토록 예수님을 따르고 예수님과 함께 살아갈 때 이분들이 살아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그것은 예수 동자회 수사님들이 하느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아서 이 수도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됐다는 것 바로 거기에서 나옵니다.
혹시 수사님들 중 누가 ‘나는 내 자신이 이런 생활을 선택했다’고 생각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수사님들이 이 생활을 택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먼저 수사님들을 부르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수사님들 한 분 한 분을 사랑하셔서 이 생활로 이끄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사실을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요한 15,16)
주님께서 먼저 우리를 불러주셨다는 사실을, 초대 교회를 박해했던 사울에 대한 부르심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축일을 지내는 성 마티아 사도도 유다 이스카리옷 대신 자리를 채워 사도가 된 사실에서도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부르시고 뽑아주신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사도 1,21-26 참조)
마티아 사도를 뽑을 때 베드로 사도는 “주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지내시는 동안 줄곧 우리와 동행한 이들 가운데에서, 곧 요한이 세례를 주던 때부터 시작하여 예수님께서 우리를 떠나 승천하신 날까지 그렇게 한 이들 가운데에서 한 사람이 우리와 함께 예수님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라고 하며 바르사빠스 요셉과 마티아 두 사람을 앞에 세우고 기도를 바친 다음, 민주주의식으로 선출한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뽑으신 한 사람에게 사도직의 자리를 넘겨받게 해 주십시오” 하고는 제비를 뽑아 마티아 사도를 열두 사도 중 하나로 세웠습니다.
예수 동자회 수사님들도 이와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먼저 여러분을 부르시고 뽑아주신 사실을 깨닫고 마음에 깊이 새긴다면, 평생토록 예수님을 따르고 예수님과 함께 기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부르시고 뽑아주신 목적은 여러분이 예수님과 함께 살며 교회와 세상을 위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존재가 되고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사는 존재가 되도록 하시기 위함입니다.
이렇게 예수 동자회 수사님들은 하느님의 부르심과 뽑아주심에서 자신의 존재의 이유와 평생토록 살아갈 힘을 받습니다.
우리는 지금 부활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성경을 보면 열두 제자들은 처음부터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고 기뻐하며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도들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이 살아계실 때 제자들에게 세 번이나 당신이 많은 고난을 당하고 죽으셨다가 사흘 만에 부활하신다고 예고하셨지만, 그들은 그 말씀을 믿지 않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뵌 마리아 막달레나와 그의 말도 믿지 않았으며, 예수님의 무덤으로 달려가 확인하고 돌아온 베드로와 요한의 말도 믿으려하지 않았습니다. 토마스 사도도 그랬고 엠마오 제자들도 그러했습니다.
이처럼 제자들이 처음에는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을 뵙고서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것을 확신한 다음에는 그들은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이 됐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사람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을 결정적으로 전파하는 사도들이 됐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굳게 믿게 된 그들은 이제부터 부활하신 주님의 힘으로 사는 사람들이 되었고, 바오로 사도처럼 인간적이고 세속적인 모든 것을 쓰레기로 여기게 되었으며,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갈라 2,20) 생활을 하며, 세상 사람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을 알리고자 하는 선교의 열정으로 불타오르는 분들이 됐습니다.
오늘 착복식을 갖는 예수 동자회 수사님 여러분,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리는 사도들처럼,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주님을 열정적으로 전파하는 사도들이 되셨습니다.
다른 모든 신앙인들이 그러하지만 특별히 수도자들에겐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하고 그분으로부터 힘을 받는 것이 수도생활을 기쁘게 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열쇠입니다.
부디 예수 동자회 수사님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깊이 체험하시고 그분으로부터 힘을 받아서 날마다 기쁘게 생활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