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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세월호 참사 100일] 안산 와동일치의모후성당·합동분향소 현지 표정

작성자 : 성기화 작성일 : 2014-07-24 조회수 : 902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째 되는 7월 24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와동에 위치한 와동일치의모후성당.
 
   성당 첨탑의 흰 십자가 바로 아래 벽면의 본당 주보 ‘일치의 모후’ 성모상이 자애로운 모습으로 굽어보고 있다. 성모상 아래 화단 앞에는 본당 부설 성모유치원의 ‘가브리엘’, ‘미카엘’, ‘라파엘’ 등 석 대의 노란색 승합차가 유치원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 유치원 차량 너머 성당 벽에는 노란 바탕에 검정 글씨의 현수막이 적막함 속에 도드라져 보인다. “주님,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모든 이들을 기억하소서!”
 
   성모동산에 올라 내려다보니 나무 울타리에 ‘2014 주일학교 초등부 여름신앙학교’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당신 안에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리이다.”(시편 70,5)

   성당 정문 왼편에는 유치원 교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어린이 대여섯 명이 미끄럼틀과 그네를 타며 즐거이 뛰놀고 있다. 그리고, 성모동산 계단을 내려와 성당 1층 교육관에 들어서니, 본당 노인대학 사물놀이 팀이 장구채를 휘두르며 연습에 한창이다.
 
   노인대학 봉사자 박영이(크리스티나·58·와동일치의모후본당) 씨는 “세월호 참사로 16명의 학생들이 희생된 본당공동체가, 하느님 안에서 일치하여 평상으로 돌아가려 애쓰고 있다”며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통해 이 시대 이 나라의 도덕적 타락을 경고한 주님의 메시지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성당 정문을 걸어 나오다 문득 돌아보니 ‘일치의 모후’ 성모상 바로 밑에 수원교구 50주년 성구가 확연히 보인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

   오후 5시.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에 위치한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 분향소’
 
   분향소에 들어가 향을 피우고 영정들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이니 울컥하며 두 줄기 눈물이 내린다. “사람이 먼저인 나라가 되게 하소서!”
 
   흐느끼는 울음소리에 고개를 들어 왼쪽을 바라보니, 40대의 부부인 듯한 두 사람이 이내 서로 얼싸안으며 통곡한다. 영정 아래에는 그 자녀가 평소 좋아했던 과자와 사탕 등이 수북이 놓여있다.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이날, 대부분의 유가족들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가있어, 이곳 합동분향소에는 평소보다 인적이 뜸하다. 출구에서 돌아보니 분향소 안 조문객 다섯 명이 보인다.
 
   출구 근처에는 ‘수습 및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대가 놓여있고, 그 너머 “엄마 아빠 제주여행 잘 다녀왔습니다!”의 ‘꿈으로 가는 제주여행’ 글귀를 보니, 감정이 복받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합동분향소에서 야외음악당에 이르는 길 양쪽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랑, 검정 리본들이 줄지어 걸려 바람에 휘날린다.
 
   매일 오후 8시에 미사가 거행됐던 야외음악당은 주변 숲속에서 울어대는 매미소리만 들릴 뿐 휑하다. 우리 교구는 지난 7월 16일부터 미사 장소를 합동분향소 앞 ‘천주교 수원교구’ 부스로 옮겨 매일 같은 시각에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이날 오후 8시, ‘천주교 수원교구’ 부스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 100일 추모미사’에는 250여 명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교구 사제단과 공동 집전으로 이날 미사를 주례한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는 강론을 통해 “세월호 참사 직후 형성된 ‘사람이 먼저다!’, ‘미안하다. 잊지 않겠다. 그리고 바꾸겠다!’라는 국민적 합의가 한 발짝도 진척된 게 없다”며 “그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들 각자의 ‘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성효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의 기쁨’ 제55항을 들며 “우리는 돈이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를 지배하도록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성효 주교는 끝으로 “사람이 먼저가 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하느님 모습을 닮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저 건너편 유가족 부스에 걸려있는 현수막이 지금 우리 사회를 향해서 다시금 일깨워주는 간절한 절규로 다가온다”고 전했다.



성기화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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