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일배. 불교에서 수행, 기도, 참회를 목적으로 세 걸음 걷고 한번 절하면서 가는 것을 뜻한다.
세월호 유가족의 ‘아빠하고 나하고’ 삼보일배순례단.
세월호의 신속한 인양과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시작한 삼보일배순례길은 서울 광화문까지 총 520Km의 약 4개월에 이르는 험난한 여정이다. 순례에 앞서 진도에서 모형 세월호를 인양하는 인양식을 한 후 모형 세월호를 앞에서 끌며 삼보일배 순례길을 걷고 있다. 모형세월호에는 단원고 학생들의 반위치가 표시되어 있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호진 씨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교황에게 직접 세례를 받아 뉴스의 중심이 되었던 사람이다.
삼보일배 순례길 90일째인 5월 23일, 순례단이 오산시청에서 출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순례길을 함께 했다.
오산시민 윤병우(주부) 씨는 순례단이 오산에 도착했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그 아픈 마음을 함께 하고 싶어 참여한다고 했다. 이처럼 순례단에는 가는 곳마다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고통을 함께 나눈다. 식사를 제공하기도 하고 간식거리와 마실 것 등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호진 씨는 “이런 우리의 이웃이 있기에 오늘도 힘을 내어 순례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례처음부터 주말마다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주에 사는 송모 씨는 직장을 다니는 관계로 주말에만 힘을 보탠다며 오히려 쑥스러워 했다. “물론 힘들지만 아픔을 함께 하고픈 마음과 또 일종의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면서, 휴식을 끝내고 대열에 합류했다. 삼보일배는 너무 힘들기 때문에 30분하고 휴식을 취해 더디게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늘 참가자 중에서 가장 눈에 띈 사람은 조윤상(중3), 조윤민(중1) 남매였다. 참가자들 모두 남매에게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초등학교 교사인 고색동본당 박효진(안젤라) 씨는 “너무 빨리 세월호의 아픔이 잊히는 것 같아 안타까운데 이렇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니 희망도 보인다.”라고 했다.
동탄면주민자치센터 주변에서 오전 순례를 끝냈다. 참가자들은 주민자치센터 식당에서 오산 다솜교회 목사가 제공한 시레기밥으로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오후 뜨거운 태양아래 다시 고행의 길이 시작 되었다. 이날 순례길은 CBS방송 노컷뉴스팀이 함께 취재를 했다. 팽목항에서부터 주요 구간마다 취재를 하여 방송에 내보내고 있으며 추후 이를 다큐로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이날의 순례길이 마무리됐다. 참여자들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함께 참여한 권선동본당 지현옥(베로니카) 씨는 “이호진 씨를 보면서, 또 삼보일배를 하면서 계속 울음이 나왔다. 왜 우리가 이런 고행을 해야 하는지 억울한 생각마저 든다. 다시는 이런 고행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장 낮은 자세를 취하는 까닭은 가장 큰소리를 내기위함 입니다. 생명의 고귀함을 온세상에 알리고 못다한 사랑을 국민들께 말씀 드리기 위하여…”
“나는 승현이 누나입니다. 그러나 절을 할 때만큼은 모정으로 합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왔습니다. 아빠와 함께 올리는 절을 받으시고 불쌍한 영혼들을 품어 주세요.” -4월23일 60일차- “힘듭니다. 너무 힘듭니다. 하루하루 그리움만 커져 갑니다. 제가 누구를 기다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보고 싶습니다.” -4월 24일 61일차-
‘아빠하고 나하고’ 삼보일배 순례길은 오는 6월 13일 오후 4시경 광화문광장에 도착함으로서 끝을 맺을 예정이다.
조정현 베네딕토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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