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친애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교황 프란치스코 성하께서는 2015년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부터 2016년 11월 20일인 그리스도 왕 대축일까지 '하느님 자비의 특별 희년'으로 선포하셨습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이 특별 희년에 신자들이 더욱 힘차고 효과적인 증언을 하여 교회에 은총의 때가 되기를 바라십니다(「자비의 얼굴」, 3항). 희년의 서막을 알리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보편 교회는 성문(聖門)을 여는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날, 성문은 자비의 문이 될 것입니다. 이 자비의 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누구나 위로하시고 용서하시며 희망을 불어넣어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3항).
2. 하느님의 자비는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당신의 사랑을 보여 주는 구체적인 실재입니다. 이는 부모가 자기 자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녕 애끊는 사랑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 사랑은 온유한 배려와 너그러운 용서가 넘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솟구치는 사랑입니다(6항). 이 사랑은 이제 예수님의 온 삶에서 눈에 보이게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그분께서는 오직 사랑, 자신을 거저 내어 주는 사랑이십니다. 예수님을 만나는 사람들과 그분께서 맺는 관계는 각기 유일무이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특별히 죄인이나 가난한 이들, 버림받은 이들, 병자들, 고통 받는 이들에게 행하신 모든 기적은 자비를 보여줍니다. 그분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자비로 드러납니다(8항).
3. 교황 성하의 소망과 뜻에 따라 2015년 12월 13일 대림 제3주일에 수원교구는 정자동 주교좌성당과 조원동 공동 주교좌성당을 비롯, 6개 대리구 중심성당(권선동성당, 분당성요한성당, 대학동성당, 중앙성당, 양지성당, 평택성당)에서 자비의 문을 열게 될 것입니다. 또한 많은 순례자들이 방문하는 수원교구 내 모든 성지에서도 같은 날 자비의 문을 열게 될 것입니다. 이들 거룩한 장소에서 순례자들은 마음으로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하고 회개의 길을 찾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모든 신자들께서는 이 성년을 특별한 은총의 때와 영적 쇄신의 기회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4. 자비의 특별 희년에 우리는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가야 합니다(13항). 이를 보다 명시적으로 따르기 위해 교황 성하께서는 이 희년 동안의 표어를 하느님 아버지처럼 자비로이로 정하셨습니다. 저는 우리 교구 내 모든 본당과 성지에서 이 표어를 내세우고 자비로운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묵상할 것을 권고합니다. 또한 신자들은 이 표어가 제시된 스티커를 자주 눈에 띄는 곳에 부착함으로써 일상 안에서 묵상하고 삶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의 자비가 우리를 어루만져 주시어 우리도 나날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비로워질 수 있습니다(14항).
5. 자비의 특별 희년을 시작하며 맞이하는 성탄 시기의 첫 주일인 12월 27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을 교황 성하께서는 특별히 '가정의 희년'으로 보낼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저는 성가정 축일을 전후하여 모든 교구민들이 한마음으로 우리 가정을 위하여 9일 기도를 바칠 것을 권고합니다. 이 9일 기도는 2015년 12월 24일 예수 성탄 대축일 전야부터 시작하여 2016년 1월 1일 천주의 성모 대축일까지 바치게 됩니다. 저는 모든 교우들께서 기도 안에서 오늘날 직면하고 있는 가정의 위기를 마음 깊이 성찰하며 자비로운 아버지의 사랑을 가정 안에서 보다 탁월한 방법으로 드러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6. 이 희년 동안 우리가 실천해야 하는 구체적인 활동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육체적이고 영적인 활동입니다. 자비의 육체적 활동이란 곧, 배고픈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이들에게 마실 것을 주며, 헐벗은 이들에게 입을 것을 주고, 나그네들을 따뜻이 맞아 주며, 병든 이들을 돌보아 주고, 교도소에 있는 이들을 찾아가 주며, 죽은 이들을 묻어 주는 일 등의 선행들입니다. 또한 자비의 영적 활동이란 곧, 의심하는 이들에게 조언하고, 모르는 이들에게 가르쳐주며, 죄인들을 바르게 인도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며, 우리를 모욕한 자들을 용서해 주고, 우리를 괴롭히는 자들을 인내로 견디며, 산 이와 죽은 이들을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입니다(15항).
7. 이 희년의 사순 시기는 하느님 자비를 기념하고 경험하는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사순 제4주일에 앞선 금요일과 토요일에 모든 교구에서 주님을 위한 24시간 기도를 봉헌하도록 명하셨습니다(17항). 우리 수원교구 내에 있는 모든 본당과 성지 그리고 수도원 본원에서 주님을 위한 24시간 기도에 참여하기 바랍니다. 이 특별한 속죄와 회개의 시간에 보다 많은 이들이 하느님의 위대한 자비를 직접 깨닫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잘 준비된 성찰과 참회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 확고하게 고해성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8. 성년에 하는 순례는 특별한 표징입니다. 순례는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삶에서 지나온 길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삶 자체가 순례이고, 인간은 나그네, 곧 간절히 바라는 목적지를 향한 길을 가는 순례자입니다. 로마나 세상의 다른 곳에 있는 성문을 향하여 모든 교우들께서는 자신의 능력에 맞게 순례를 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순례는 회개의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성문을 지나가면 하느님의 자비가 우리를 감싸 주시어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하시듯이 우리도 이웃에게 자비를 베풀도록 힘써 노력할 것입니다(14항).
9. 희년에는 대사도 수여됩니다. 자비의 성년에 대사는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죄인들에게 한없이 자비를 베풀어 주십니다. … 성년의 대사는 하느님 아버지의 용서가 믿는 이의 삶 전체에까지 이른다는 확신으로 우리가 당신의 자비에 다가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사는 교회의 거룩함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 이 희년을 충실히 살아가며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당신의 자비로운 대사로 우리를 깨끗이 씻어 주시기를 간청합시다(22항). 자비의 성년에 수여되는 대사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들은 별도의 교령으로 반포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순례가 불가능한 처지에 놓여 있는 이들에게 수여되는 대사 규정도 포함됩니다. 모든 교구민들이 이 성년 동안 각자 자신의 처지와 능력에 맞게 자비의 성문을 순례하고 하느님 아버지의 대사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10. 여러 가지 이유로 고해성사의 은총에 다가가는 것이 자유롭지 못한 이들이 있습니다. 수원교구는 이들을 위하여 자비의 희년 동안 수원성지, 수리산성지, 하우현성당 등 세 곳에 상설고해소를 설치할 것입니다. 이들 상설고해소를 통해서 보다 많은 이들이 고해성사의 은총으로 자비로운 아버지를 체험함으로써 위로와 희망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11. 마지막으로 자비의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어머니께서 다정한 모습으로 이 성년에 우리와 함께하시어 우리 모두 하느님의 온유함이 주는 기쁨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 같이 '성모 찬송가'를 부르며 성모님께 다가갑시다. 성모님께서 자비로운 눈길로 우리를 끊임없이 바라보시며 우리가 당신 아드님이신 예수님의 자비의 얼굴을 바라보게 해 주시도록 기도합시다(24항).
자비의 어머니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5년 12월 13일
대림 제3주일에
수원교구장 이 용 훈 마티아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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