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저녁 안산대리구 시화성베드로본당(주임 이인석 헤로 신부)의 저녁미사가 끝나자 성전 내 모든 불이 꺼졌다.
제대 위에 내려진 스크린에는 복녀 이성례 마리아의 초상화가 비춰졌다.
이어, “1839년 기해박해는 정치적 이해에 따라 발생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천주교도들이 안타까운 희생양이 되었다.
그러나 그 역시 천주님의 뜻으로 받아 들여 순명하고 기쁘게 목숨 바친 순교자들이 있었고, 그 순교자들 중에 한사람.
성인 최경환 프란치스코의 아내이며 두번째 한국인 사제 최양업 토마스와 다섯 아들의 어머니.
지아비와 아들을 먼저 보낸 비운의 여인.
자식을 사랑한 평범한 어머니.
그 여인의 삶을 들여다 보자.“는 말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왔다.
고문의 고통으로 인한 신음소리와 피비린내 가득한 옥중에서 세살박이 막내아들 스테파노를 안고 재우는 자장가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교회예술기획 공간 광(대표 정준구 십자가의 성요한)’이 기획한 <고통이 깊을 수록 영광은 빛이 되어> 첫 번째 작품 ‘복녀 이성례 마리아’ 순교 수난극이었다.
공연은 동작 없이 대사와 노래, 오르간 반주로만 이뤄졌다.
뮤지컬도, 오페라도 아닌 익숙하지 않은 장르의 공연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함인지 소책으로 된 대본이 마련되어 있었고, 전면 스크린에도 자막으로 대사가 비춰지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객들은 눈을 지긋이 감고 성악으로 들려오는 장면에 집중하고 있는 듯 했다.
모정에 이끌려 배교했던 복녀가 회심하고 다시 형장에 끌려와 “어제의 마음은 폭풍우 가운데 있었으나 오늘의 마음은 평온한 풀밭에 있네. 천주께 감사, 천주님 받아 주소서.”라는 마지막 고백을 전하며 공연은 막을 내린다.
45분의 공연이 끝났을 때, 신자들은 모두 자리를 뜨지 않고 상념에 잠긴 모습이었다.
한강원(알렉산더) 씨는 “나 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면 순교자들의 삶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며, “생활 속에서 백색 순교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준식 라파엘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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