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의 한 터널에서 전도된 유치원 버스에서 원생 21명 전원이 무사히 구조한 시민들이 화제다. 사고 버스 주변을 달리던 시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차량을 세우고 구조차 도착 전에 구조를 마치고 홀연히 사라지는 모습이 블랙박스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공개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눈앞에서 사고가 벌어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황한다. 더욱 그런 것이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고 뛰어 들고 싶지만 선뜻 행동을 하기 어려운 것은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때 누가 먼저 나서 준다면 자신도 기꺼이 뛰어드는 것이 인간의 심성(心性)이고, 이것이 바로 협동(協同)이다.
미국의 사회학자이며 협동조합이론가인 보가더스(E.S.Bogardus 1882~1973)는 “협동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양식이며 경쟁의 기초가 되는 사회과정으로, 인간은 협동을 통하여 오늘날과 같은 고도의 문화를 창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협동하여 한 사람 또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처럼 남을 위해 조건 없이 협동하는 것은 보가더스의 ‘타인(他人) 지향적 협동(others-centered level of cooperation)’에 속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버스 유리창을 깨고 공포에 떠는 아이들과 인솔교사를 구조한 사람들은 경찰과 119구조대가 아닌 함께 지나던 평범한 시민들이라는 것이다. 또한 시민들은 구조된 어린이들을 살피며 다친 곳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겁에 질려 우는 아이들에겐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심을 시키고 안전지대로 옮긴 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본연의 업무로 흩어졌다는 것이 훈훈함을 더했다.
이 같은 일은 흔치 않지만 우리 주변에서 자주 일어나 우리들을 훈훈하게 한다.
‘타인 지향적 협동’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단계다. 이는 모든 인류의 평화와 평등.안전을 이상으로 하여 이룩되는 협동이다. 물론 이런 협동의 형태는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인간이 보다 높은 차원의 생활을 누리고 인간적인 만족을 얻으려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 협동이다. 또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타인 지향의 협동’이 아닐까 싶다. ‘타인 지향의 협동’은 곧 ‘이웃 사랑의 실천’인 것이다.
“모든 피조물은 저와 비슷한 존재를 사랑하고 모든 인간은 제 이웃을 사랑한다.” (집회 1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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