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수원교구·의정부교구·남녀수도회가 주관하는 ‘수도권 교구 및 남녀수도회 합동 시국미사’가 11월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봉헌되었다.
이날 미사는 헌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정권의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거행되었으며, 특히 경찰의 물대포에 희생된 백남기(임마누엘) 형제가 사고를 당한지 만 일 년이 되는 날에 봉헌되어 추모의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미사를 주례한 서울대교구 나승구(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는 “지금은 진실되고 항구한 기도가 많이 필요한 시점”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더는 우리 형제 자매들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 쓰러져가는 일이 없기를, 물속에서 처절히 어떤 구원의 손길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가는 세상이 아니길, 부모들이 국가권력에 의해 쫓겨나는 일이 없기를, 그래서 우리들이 아름답고 행복하며 안전한 나라에서 모든 피조물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기를 애타게 바라는 마음으로 이 미사를 봉헌한다.”고 밝혔다.
의정부교구 상지종(베르나르도) 신부는 “오늘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이루려 이 자리에 모였다.”라는 말과 함께 강론를 시작하면서, “대통령의 헌정유린과 국정농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혼돈의 늪에 빠진 모든 이에게 하느님께서 기쁨과 희망과 힘과 용기를 주시기를, 그리고 불의하고 부패한 이들이 그들의 만행으로 말미암아 죽어간 이들과 씻을 수 없는 참혹한 고통 속에 울부짖는 이들 앞에 무릎 꿇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회개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수많은 범죄행위를 자행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및 집권여당, 그리고 이를 방조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진실한 마음으로 사죄하고 심판을 겸허히 수용하라.”며, 그들에게 새사람으로 거듭나고 사람답게 살 것을 촉구했다.
상지종 신부는 “생명과 정의와 평화 가득한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우리가 모여 함께 기도한다.”라고 밝히면서, 그것을 실천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부패한 권력의 퇴출을 요구했다. 또 하느님께서 그리스도인들에게 맡겨주신 고귀한 사명은 곧 하느님나라 선포하는 것이고 이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참된 그리스도인이 아니라면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것은 입으로 떠드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하느님 나라를 살고 그 삶을 통해 우리 벗님들에게 그 나라를 보여주는 것”이라 강조했다.
상지종 신부는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하느님나라 건설이란 새벽빛이 서서히 솟아오르고 있지만 오늘에 머무르지 말자.”는 말과 함께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사실을 역설했다. 그러고 나서 「바오로 사도가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을 묵상하며 쓴 글을 낭독하며 강론을 마무리했다.
“사랑하는 벗이여 동지여! 아직은 멈출 때가 아닙니다. 아직은 잠시 쉴 때가 아닙니다. 아직은 승리의 기쁨에 취할 때가 아닙니다. 아직은 패배의 고통에 비틀거릴 때가 아닙니다. 우리는 여전이 길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는 함께 한걸음 내딛는 것입니다.
함께 길을 걷는 벗이여 동지여! 영원한 격려와 좋은 희망으로 쉼 없이 우리를 다그치시는 주님의 길을 걸어갑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우리 함께 걷기 시작한 길. 언제인지 모르지만 마침내 우리 함께 마치게 될 길. 작은 승리와 작은 패배에 연연하지 않으며 묵묵히 함께 한걸음 내딛읍시다. 당신 몸소 걸어가신 길을 함께 걷는 우리와 더불어서 주님께서는 오늘도 걸으시기에, 주님께서 앞서고 우리 뒤따라 걷는 길. 사랑 정의 평화의 길. 부활을 향한 십자가의 길. 시작은 있어도 시작을 알 수 없고 끝은 있어도 끝을 알 수 없는 길.
사랑하는 벗이여 동지여! 어제도 그러했듯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함께 한걸음 내딛읍시다.”
미사가 끝난 이후에는 사제, 수도자, 신자들의 촛불행진이 이어졌다. 이날 평화행진은 청와대 근처 청운동 주민센터까지 진행되었으며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자들의 회개를 위한 공동기도를 끝으로 이날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재철(대건안드레아) 신부는 “우리가 하느님의 소리를 들으려 노력하는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들도 하느님의 소리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며, 그들이 마음을 열어 하느님의 소리, 양심의 소리, 진실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기도하자고 말했다.
이날 시국미사에는 이백여 명의 사제 및 부제 포함, 천 이백여 명의 천주교인들이 함께 했다. 한편, 광화문에서는 매주 월요일 19시에 시국미사가 봉헌된다.
문영균 요한세례자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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