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부터 수원 성지(북수동 성당) 뽈리화랑에서는 조각가 이윤숙(안나‧북수동) 씨의 설치영상 ‘바람’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전쟁 후 한반도를 가로 지르는 철책을 걷어내어 조형물처럼 설치해 그 경계를 허물자는 취지로 기획된 “슈룹 2017 예술정치-무경계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전시장 입구부터 시작되는 작은 측백나무 숲길은 치유의 의미라 한다. 성지가지로 쓰이는 측백나무의 향이 관람객의 후각을 자극하여 긴장을 이완시키고 작가가 의도한 묵상과 치유의 순간을 준비하게 한다.
작가는 전시장 중앙에 희생,속죄,용서의 표상인 십자가고상을 철사로 매달았다. 수십 개의 십자고상은 작가가 직접 만든 것과 버려진 것들을 모은 것인데, 많은 사람들의 바람을 모으는 역할을 한다.
전시장 벽면을 향해 쏘는 영상이 십자가고상을 통과하면서 바닥과 벽면에 다양한 형상을 만들었다. 영상은 철책 답사에 참여한 여러 작가들이 기록한 사진과 동영상을 하나로 모아 편집 한 것으로, 십자가 그림자들과 함께 어우러져 마치 철조망에 십자가가 걸려있는 느낌을 주는데 이는 희생의 상징을 보여줬다.
성지순례 왔다가 전시를 보러 왔다는 문순이(마리아‧조원동 본당)씨와 손경자(안젤라‧조원동 본당)씨는 너무 감동적이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북수동 벽화마을에 있는 대안공간 ‘눈’의 대표이기도 한 이윤숙 조각가를 만나러 갔다.
이윤숙 작가는 어떻게 이런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시아버지가 북에 가족을 두고 있는 실향민으로 그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철책 경계를 허물어 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며 그 바람을 철책과 십자고상으로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고향이며 살아온 터전이 이 곳인 이윤숙 작가는 “북수동 본당에서 첫영성체와 세례를 받았고 수업을 받던 소화초등학교 옛 교실에서 전시를 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한, “더 큰 전시를 위해 십자고상을 모으고 있는데 훼손되거나 사용하지 않는 십자가를 가져다주면 작품소재로 사용하겠다.”며 부탁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설치영상 ‘바람’展은 지난 4월 사순절 기간 동안 수원 남문의 실험공간 UZ에서 전시를 했었는데, 전시를 관람한 북수동 본당 주임 나경환(시몬) 신부의 요청으로 다시 뽈리화랑에서 규모를 축소하여 전시하게 되었다. 본 전시는 5월 30일까지이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할 수 있다.
(문의 010-4723-4519, spacenoon@hanmail.net)
조정현 베네딕토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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