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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나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6-03-26 16:40:52 조회수 : 77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사람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저는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세상, 이웃과 화해하지 못한 채 죽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고독과 괴로움의 긴 밤을 보내며 자신의 죽음을 뻔히 알면서도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묵상하는 ‘성지 주일’입니다. 성지 주일 수난 복음에서 듣는 예수님의 수난 역사는 바로 우리들 인생의 역사이며, 수난 복음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은 우리 인생의 역사 안에서 만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백성들의 원로와 대사제들은 자신의 자리를 잃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예수님을 법정에 세웠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믿는다고 고백하면서도 먹고사는 문제나 자기의 체면이 깎일 위기의 상황에서는 신자라는 것을 망각한 채 행동하고 말합니다. 이런 모습은 두려움 때문에 예수님을 법정에 넘긴 백성의 원로들과 대사제들의 모습이며, 또한 나 자신의 모습이기도 한 것입니다. 아울러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예수님을 열렬히 환영하다가 갑자기 돌변하여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악을 쓰는 군중들 또한 우리 자신의 모습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을 열렬히 환영하던 군중들은 예수님께서 큰 기적을 베풀어 자기들이 바라는 바를 채워주리라고 기대하다, 자기들의 기대가 채워지지 않자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악을 쓴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내가 하는 일이 잘될 때는 성당도 열심히 나오고 봉사도 많이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하느님을 원망하고 성당에 나오지 않으니 말입니다. 한편 십자가의 길에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주었던 베로니카나, 예수님을 대신해서 십자가를 진 키레네 사람, 또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예루살렘의 부인들 또한 우리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베로니카나 키레네 사람처럼, 아프고 불쌍한 사람을 만나면 도와 줍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십자가가 너무 애처로워 울고 있는 예루살렘 부인들처럼 나의 무력함을 절감하며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울기만 하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법정에 넘긴 백성들의 원로나 대사제, 그리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군중들처럼 살기도 하고, 한편으론 예수님의 고통을 아파하며 우는 예루살렘 부인이나,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지는 키레네 사람처럼 살기도 합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수난 복음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이 변하는 우리 모습이자 인생인 것입니다. 그러기에 참으로 중요한 것은 마지막 순간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죽음을 당당하게 맞이한 예수님처럼 죽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처럼 죽는다는 것은 비록 내가 진 십자가가 힘에 부치고 버겁다고 하더라도, 나보다 더 힘들어하는 이의 십자가를 나눠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처럼 죽는 삶’입니다. 우리가 세상과 사람들을 위해서 예수님처럼 죽을 때 우리는 평화와 사랑의 꽃을 피우게 되고, 무엇보다도 고통과 기쁨이 교차 되는 우리 인생의 수난사를 사랑으로 끝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의 인생은 참으로 의미 있는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