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청과 식별로 동행하는 수원교구!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
사랑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1. 부활, 우리의 희망
주간 첫날 새벽, 여인들이 예수님의 무덤을 찾았습니다. 천사는 그들에게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말씀하신 대로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마태 28,6)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뒤이어 베드로와 다른 제자도 비어 있는 예수님의 무덤을 확인하게 됩니다(요한 20,3-8 참조).
‘빈 무덤’을 목격했을 때 제자들은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성경 말씀을 아직 깨닫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요한 20,9 참조).하지만 비어 있는 무덤을 시작으로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으로 말미암았던 슬픔과 좌절은 부활을 통해 기쁨과 희망으로 바뀌고, 제자들은 새로운 삶을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게 됩니다.
이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단순한 기적이 아니라, 죽음을 이기고 영원한 생명을 열어 준 신비로운 사건입니다.
2. 죄와 죽음의 세력,
고통 중에 있는 이들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여전히 죄와 죽음의 세력이 작용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는 종교와 경제, 정치적인 이유로 나라 간 갈등과 전쟁이 끊이지 않고, 배타적 자국 우선주의의 확산으로 말미암아 세계 평화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한편, 급속히 발전하는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은 인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지만, 동시에 인간 존엄을 해칠 우려가 제기되며 아울러 신성한 노동의 의미를 왜곡시킬 걱정과 불안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또한, 공동의 집인 지구를 병들게 하는 심각한 생태 환경 문제와 기후변화 현상은 우리와 후손들의 암울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가장 상처를 많이 입고 힘들어하는 이들은 가난하고, 힘없고, 소외된 이들입니다.
레오 14세 교황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가난한 이들을 향한 사랑은 하느님의 마음에 충실한 교회의 복음적 특징입니다”(레오 14세, 「내가 너를 사랑하였다」 103항).
이러한 고통의 현실은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수난과 십자가의 길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그 길은 결코 절망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부활하게 하시어 고통과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 아님을 보여 주셨고, 우리에게 부활의 희망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3. 부활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그리스도인은 부활 신앙을 믿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며 복음의 정신을 널리 알려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눈에 보이는 현실만 바라보고 그것만을 목적으로 살고 있지 않습니다. 부활 신앙을 고백하는 우리는 생명을 경시하는 문화에 맞서 생명의 존엄을 수호하며 건전한 생명 문화를 건설해야 합니다. 또한, 인간을 수단화하는 기술과 경제 논리 속에서도 인간의 고유한 가치를 지키는 정의와 참 진리의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현대사회의 급격한 발전과 변화 속에서 소외된 이들, 특수 계층을 우선하는 구조적 경제의 틀로 인해 주변부로 밀려난 이들, 인공지능과 기술 발전을 숭상하는 능률제일주의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이들, 기존의 정의롭지 않은 사회 환경에 짓눌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는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희망과 생명의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세상 속에 살아가며 죽음을 넘어 생명을 지향하고, 절망을 넘어 희망을 증언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4. 그리스도의 성심 안에서
부활의 증인으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Dilexit Nos)에서 “생수의 샘인 그리스도의 옆구리 상처는 구세주의 부활하신 몸에서 계속 열려 있습니다. … 그 안에서 우리는 … 당신 자신을 남김없이 바치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묵상합니다.”(151항)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내어주신 그 옆구리에서 토마스 사도는 자비롭고 사랑 가득하신 예수님의 마음을 느끼며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고 고백하였습니다(요한 20,27-28 참조).
십자가상 죽음을 통해 성취된 무한하신 예수님의 사랑의 대가는 초자연적 부활로 이어져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의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우리는 그 지극하신 예수님 성심 안에서 참된 부활의 기쁨을 발견합니다. 우리도 죽음의 세력에 굴복하지 말고, 세상에 참 빛과 희망을 주신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부활의 삶으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시노드 이행 단계를 살아가며 ‘2027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수원교구가 부활 신앙 안에서 더욱 굳건히 하나 되어 주님을 널리 전하게 되기를 빕니다.
경청과 식별의 여정 안에서, 우리 모두가 부활하신 주님의 증인으로 거듭나기를 기도합니다.
수원교구의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26년 4월 5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
수원교구장 이 용 훈 마티아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