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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 성지 ③ 고통의 길에서 평화의 길로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6-05-20 16:04:14 조회수 : 55

죽산 성지의 무명 순교자 묘역 위쪽으로는 하얀색의 ‘십자가의 길 14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경사진 언덕, 14처로 향하는 길에서 박해자들에게 끌려가던 신자들의 마지막 발걸음을 상상해 봅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오르시던 골고타 언덕길처럼 그 길은 예수님의 수난과 순교자들의 아픔이 함께하는 길이 됩니다.


비명이 끊이지 않았던 ‘잊은 터’ 죽산 성지는 박해 당시 가장 잔인한 고문과 처형이 이루어진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져 차가운 옥 굴에 갇힌 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기다리며 겪었을 단절의 고통은 육체의 상처만큼이나 깊었습니다. 딱 한 번 배교의 말을 하면 살려주겠다는 형리들의 달콤한 회유는 순교자들이 겪는 그 어떤 고통보다도 더 치열한 번민의 고통을 강요하였을 것입니다. 


처형된 후에도 제대로 된 장례 없이 들에 버려져야 했던 순교자들의 마지막 모습은 당시 박해의 비참함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수난과 고통의 길이 무명 순교자의 고통과 함께 순교자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간절한 신앙의 증언처럼 느껴졌습니다.


무명 순교자 묘역 아래쪽 잔디광장을 포근하게 감싸안은 ‘묵주기도의 길’은 고통의 순례길에서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길이며 성모님과 함께하는 안식과 치유의 종착지 같은 곳입니다. 이곳은 5월이면 붉은 선혈 같은 장미가 만발하는 아름다운 길이 됩니다. 고통의 핏자국이 붉은 장미로 변하고 고통의 비명은 은은한 장미의 향기로 변하여 성지를 가득 채웁니다. 그 장미 아래에 놓은 묵주기도의 길은 장미 터널로 장식하여 순례자는 둥근 묵주알을 쓰다듬으며 평화의 성모님이 주시는 자비하신 사랑의 마음을 햇살처럼 받아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