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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손님 하느님의 종 이조여 요셉 (1843~1866)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6-09-09 15:44:07 조회수 : 6

하느님의 사람 엘리사는 길 위를 걷습니다. 어느 날 그가 수넴을 지나게 되었을 때 한 여인이 그를 붙잡아 음식을 대접합니다. 여인은 자신의 집을 자주 찾아오는 그를 지켜보다 남편에게 말합니다. “여보, 우리 집에 늘 들르시는 이분은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이 틀림없습니다. 벽을 둘러친 작은 옥상 방을 하나 꾸미고, 침상과 식탁과 의자와 등잔을 놓아 드립시다.”

왕들이 이끌어가는 이스라엘 역사의 한편에서 이름 없는 여인은 하느님의 사람을 위해 작은 방 하나를 내어줍니다. 짧은 이야기 속에는 손님방을 준비하는 여인의 세심함이 드러납니다. 먼 길을 걸어온 손님이 몸을 누일 침상, 기력을 차릴 음식을 대접할 식탁, 편히 앉을 의자와 어두운 밤을 밝힐 등잔까지 하나하나 마련합니다.


하느님의 사람을 위해 마련한 방은 뜻밖에도 훗날 여인 자신을 위한 자리가 됩니다. 어렵게 얻은 아들이 어느 날 어머니의 무릎에서 숨을 거두자, 여인은 아이를 안고 그 방으로 올라가 엘리사의 침상에 눕힙니다. 뒤늦게 찾아온 엘리사는 방문을 닫고 주님께 기도한 뒤 아이를 다시 살려냅니다. 하느님의 사람에게 내어준 작은 방이 가장 절박한 순간, 여인에게 생명을 되돌려 받는 자리가 된 것입니다. 

조선의 기나긴 박해사 가운데에도 작은 집 하나가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종 이조여 요셉이 선교사 신부를 위해 지은 집이었습니다. 이조여 요셉은 충청도 진천 출신으로 서태순 아우구스티노의 딸과 혼인한 뒤 처가 식구들과 함께 살며 신앙생활을 하였습니다. 이후 광주 뫼룬리로 이주한 그는 ‘신부댁의 주인’ 역할을 하던 장인을 도와 프랑스 선교사 볼리외 신부가 머물 집을 마련했습니다. 낯선 땅에서 숨어 지내야 했던 선교사가 몸을 누이고 음식을 먹으며 교우들을 만나 성사를 베풀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1866년 병인박해가 일어나자 그는 장인 서태순 아우구스티노와 함께 체포되었습니다. 남한산성에서 교회 서적을 내놓고 교우들을 밀고하라는 혹독한 문초와 형벌을 받으면서도 끝내 입을 다문 그는 스물세 살의 나이에 매질 아래 순교했습니다.


내년 2027년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며 각 본당에서 홈스테이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홈스테이는 대회를 치르기 위해 부족한 숙소를 마련하는 수단만은 아닐 것입니다. 같은 신앙을 가진 청년들과 함께 먹고 자고 기도하다 보면, 성당 안에서는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우리의 신앙생활도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입니다. 우리 집에는 가족이 함께 기도하는 시간이 있는지, 주일을 어떻게 보내는지, 우리의 신앙이 성당 문을 나선 뒤에도 살아 있는지 말입니다. 세계의 청년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좋은 숙소가 아니라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가톨릭 신앙을 살아가는’ 한 가정에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일 것입니다. 하느님의 종 이조여 요셉의 전구를 청하며, 우리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삶의 자리를 기꺼이 내어주고 그 만남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다시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의 종 이조여 요셉,

저희가 기꺼이 삶의 자리를 내어놓고

그곳에서 주님께서 주시는 선물을

발견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