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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의 기도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7-23 12:12:56 조회수 : 185

유실수 묘목들을 심어놓은 밭이 잡초로 무성해져, 마치 전쟁터로 나서는 장수처럼 완전무장을 한 채 예초기를 등에 메고 나섰습니다. 예초기를 한참 돌리다가 참으로 특별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파릇파릇, 무럭무럭 성장하는 매화나무나 밤나무 묘목들과는 달리 말라비틀어져 죽은 줄 알았던, 그래서 뽑아버리려 했던 무화과 묘목 밑둥치에 초록색 잎이 돋아나 있는 것입니다. 얼마나 반갑고 기쁘던지, 폭염 속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제 입에서는 생명의 신비를 감탄하는 찬미의 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왔습니다.

사실 한 달 전쯤까지만 해도 아무런 조짐이 없길래, ‘무화과는 이 지역과 안 맞는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뽑아버리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바꿔먹었습니다. 혹시나 하고 조금만 더 놔둬보자며 기다렸던 것입니다. 새순이 돋아난 무화과 묘목들을 바라보는데, ‘하느님께서도 내 지난 인생 여정 안에서 저러하셨겠지?’ 하는 생각에,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말라비틀어져 죽은 것처럼 보여도 ‘확’ 뽑아버리지 않으시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신 하느님께 찬미의 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요즘 ‘회개가 무엇인가?’ 하고 많이 생각합니다. 아마도 회개의 첫걸음은 하느님께서 내게 베푸신 수많은 은총과 자비를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요? 감사하고 감탄하면서 찬미의 기도를 올리는 것이 아닐까요? 

모세의 인도 아래 ‘갈대 바다’를 빠져나온 이스라엘 백성 역시 구원받은 사건을 기념하며 하느님의 크신 능력을 찬양하는 찬미의 노래를 불렀고, 그 노래는 오늘날까지 교회 전례 안에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나는 주님께 노래하리라. 그지없이 높으신 분, 말과 기병을 바다에 처넣으셨네. 주님은 나의 힘, 나의 굳셈, 나에게 구원이 되어주셨다. 이분은 나의 하느님, 나 그분을 찬미하리라”(탈출 15,1-2).

오늘 제 기도 생활을 돌아보며 부끄러움을 많이 느낍니다. 우리의 기도가 청원기도를 넘어 찬미의 기도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 내게 베푸신 무한한 은총과 자비를 찬미하는 기도,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손길에 감탄하는 찬미의 기도, 죽어 마땅한 대죄인인 나를 살리신 주님을 향한 찬미의 기도를 더 자주 바치면 좋겠습니다.

형언할 수 없는 은혜로운 대사건, 우리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철철 흘러넘치는 육화강생의 신비 앞에, 우리 인간 측의 응답이 있어야 마땅한데, 그 가장 좋은 응답은 찬미의 기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위로부터 태어난 사람들, 파스카의 신비를 체험한 사람들,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의 입에서는 언제나 찬미의 기도가 그치지 않습니다. 거듭되는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그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그치지 않습니다.


글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