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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1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4-13 조회수 : 104

한 수도승이 우연히 길 구석에서 여자와 간음하는 수도승을 목격했습니다. 그는 어떻게 수도승이 저럴 수가 있냐면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면서 소리를 지르며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수도승과 여자가 아니라 한 무더기의 곡식더미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여자와 성적 관계를 하는 자기 환상을 곡식더미에 투사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 뒤, 이 수도승은 다른 사람의 죄를 보게 될 때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죄를 지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거울삼아 자기 자신을 다시금 바라본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마음먹으면서 점차 죄를 멀리하고 선을 따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남의 죄를 잘 봅니다. 그 이유는 자기가 그 죄를 짓기 때문입니다. 자기 관심사가 더 눈에 잘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에서 자기가 찾는 어떤 물건이 있으면, 다른 것은 보이지 않고 그것만 보이지 않습니까? 저도 어느 집을 방문하게 되면, 제 눈에 제일 잘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십자가나 성모상과 같은 성물일까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주로 책장에 있는 책만 보입니다. 왜냐하면 저의 관심사가 책에 있기 때문입니다.


남의 죄가 그렇게 잘 보였던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기 관심사가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늘 남에게만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고 단죄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죄 짓는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죄를 버리고, 선을 행하는 주님 뜻에 맞게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시려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십니다. 그리고 온 백성은 올리브 나뭇가지를 흔들며 길에 자기 옷을 깔고 그분을 환영합니다. 이 순간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예수님의 영광입니다. 이렇게 열렬하게 환영했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불과 며칠 만에 180도 바뀌고 맙니다. 이제는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고 고함지르고 있으며, 침을 뱉고 발로 차면서 모욕하고 조롱합니다. 그들의 관심사가 완전히 바뀐 것입니다.


사실 십자가에 못 박히고 모욕과 조롱을 받아야 할 사람은 우리입니다. 너무나 많은 죄를 짓고 있으며, 또 그 죄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 안에 그 죄를 찾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아무런 죄도 없는 분이시지만, 죄로 가득 찬 상태에서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죽어 마땅한 죄인으로만 보였던 것입니다.


누군가의 죄가 보일 때, 자기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제가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겸손한 마음을 간직해야 했습니다. 그때 주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되고, 더 나아가 주님께 커다란 감사의 기도를 바칠 수 있게 됩니다.


오늘의 명언: 내가 나에게 예의를 갖춘 시간이 모여 내 가치가 소중해지고 빛나는 것이구나(밀라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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