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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18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6-18 조회수 : 140

마태오  6,1-6.16-18 
 
하늘로 향하는 이들이 반드시 가진 자기만의 골방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선-기도-단식할 때 타인에게 잘 보이려 하기보다는 하느님께 잘
보이려는 목적으로 하라고 하십니다. 자선-단식-기도는 세속-육신-마귀를 이기기 위한 수단입니다.
돈과 맛과 힘은 세상에서 살기 위한 무기입니다. 세상을 목적으로 하는 수단입니다.
하늘로 향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합니다. 사랑은 소유욕과 식욕, 교만과 반대되는 욕구입니다.
그러니 자선-기도-단식을 통해 세상 것을 버리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오늘 예수님은 세상을 지향하지 않는 방식은 타인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는 것이라 하십니다.
그러니 하느님을 향하는 방식은 타인의 시선이 들어오지 못하는 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 공간이 ‘골방’과 같습니다.
세상 사람들과 무관한 곳에 의지적으로 머무르려고 할 때 시선이 하느님을 향하게 됩니다.
이는 피정을 해 보신 분들은 다 아실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세상의 시선에서 멀어지면 자신도 모르게 하느님을 올려다보게 됩니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김창옥 강사가 어떤 수사님의 권고로 프랑스 외지에 있는 포도밭에서 피정하다가 “그래, 너 여기까지 잘 왔다.”라는 말을 듣고는 치유를 받았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다시 사람들을 웃겨야만 하는 일을 하다 보니 또 사람들에게 잘 보이는 것에 길들여진 것입니다.
그는 다시 제주도로 돌아가서 잠깐 쉬려고는 했으나 다시 그때와 같은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골방으로는 돌아가지는 못했습니다.
그의 눈빛은 아직도 남은 웃기지만 슬퍼 보입니다.  
 
김창옥 강사는 말합니다.
자기만의 옹달샘을 찾으라고. 자기만의 골방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쉴 곳은 세상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내가 의지적으로 하느님을 향하기 위해 고독해질 수 있는 장소입니다. 골방에는 반드시 하늘로 향하는 창문이 있어야 합니다.  
 
다니엘은 포로로 끌려간 바빌론에서도 하루 세 번, 예루살렘을 향해 창문을 열어 놓고 기도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다니 6,11 참조).
목숨을 위협하는 칙령에도 굴하지 않았던 그의 기도 방은 세상 한가운데에 마련된 그만의 ‘골방’이었습니다.
이 꾸준한 기도의 시간이 사자 굴 속에서도 그를 지켜준 힘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다니엘은 그 조서에 임금의 날인이 찍힌 것을 알고도, 자기 집에 돌아가서는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그 다락방 창문은 예루살렘을 향하여 열려 있었는데, 그는 전에 하던 대로 하루에 세 번씩 무릎을 꿇고 자기 하느님께 기도하며 찬미를 드렸다.”(다니 6,11) 
 
성인치고 자기만의 골방을 가지지 않은 분은 아무도 없습니다.
베네딕토 성인이 수비아코에서 3년 동안 굴에서 사신 것이 그런 이유이고, 성 프란치스코가 육정이 올라올 때 뒹굴었다는 장미밭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그런 경험을 한 번으로 끝내셨겠습니까?
광야는 매번 물 밖으로 나간 물고기가 돌아와야 하는 물과 같습니다.
사막의 교부 성 안토니오께서 사막으로 돌아와야 하는 이유를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가타리나 성녀는 수도원에 들어가지 않고도 자신의 방을 ‘골방’으로 삼았습니다.
더 나아가 그녀는 ‘자기 마음속에 차린 작은 방’에 머물며 끊임없이 하느님과 대화했다고 합니다.
이는 물리적 장소뿐만 아니라, 우리 마음 안에 의지적으로 마련하는 내적인 공간 역시 완벽한
‘골방’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세상의 소란 한가운데서도 우리는 내면의 골방으로 들어가 주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자기만의 골방을 지닌 이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타인을 자신들의 골방으로 초대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엘리사는 나아만이 왔을 때 나와보지 않습니다. 자신을 골방에 숨겨둔 채 나아만이 요르단강 속에서 하느님을 보게 하였습니다.
나를 통해 하느님께서 누군가를 새로 태어나게 하는 일을 보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나아만을 골방으로 보냈던 엘리야는 먼저 자신이 골방에 머물렀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 때문에 기도는 결코 편한 시간이 아닙니다. 광야나 골방, 장미밭에서 구를 때 어떻게 편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 열매는 달콤하고 세상을 살아갈 힘을 줍니다.
저는 하.사.시. 읽기와 성체조배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그 가시밭에서 구를 수 있는 용기와 끈기를 지녔던 분들은 기적을 체험하셨고 지금도 그 힘으로 살아가고 계십니다. 
 
우리는 세상으로 내려가든 하늘로 올라가든 두 방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도 사람들을 하늘로 이끌어 줄 아는 사람이 됩니다.
내가 하늘로 향하고 있다는 증거는 하늘로 난 창문이 있는 세상과 단절된 골방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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