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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28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6-28 조회수 : 90

복음: 루카 2,41-51 
 
평생에 걸친 묵상과 관상의 대상, 예수 그리스도! 
 
 
께서 열두살 소년 예수님께 하셨던, “애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
말씀을 묵상하다가 젊은 사제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청소년 보육 시설에서 아이들과 참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물론 인간적 미성숙과 성급함으로 인해 아이들의 깊은 상처를 제대로 헤아려주지 못한 자책도 크지만, 아웅다웅, 티격태격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 쌓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보육 시절 책임자로 제일 힘든 부분이 아이들의 가출이었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집에 붙어 있어야 대화를 하든지 뭘 할텐데, 여차하면 가출하니, 또 가출로 인한 후유증이 만만치 않으니, 정말 괴로웠습니다. 
 
한번은 가출 전문가 친구가 혼자만 가출했으면 좋았을 텐데 어린 동생들까지 줄줄이 데리고 나가서 일주일 넘게 숨바꼭질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신림동으로 봉천동으로 샅샅이 찾아다니고, 때로는 잘 다니는 길목에 승합차를 세워놓고 밤새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결국은 검거했는데, 녀석 얼굴을 보자마자 얼마나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모릅니다.
저도 모르게 하지 말아야 할 험한 말이 제 입에서 튀어나왔습니다.
동시에 녀석의 뒤통수를 있는 힘을 다해 후려갈겼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성모님도 비슷한 체험을 하셨습니다.
예루살렘 순례 길에서 소년 예수님이 사라졌습니다.
사흘 내내 소년 예수님을 찾아다녔던 성모님의 마음이 어땠겠습니까? 
 
그러나 성모님은 저처럼 욕을 퍼붓지 않으셨습니다. 뒤통수를 갈기지도 않으셨습니다. 그저 이렇게 물으십니다. 
 
“애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 
 
그런 성모님의 말씀에 웬만하면 “죄송해요. 어머니. 앞으로 조심할게요.”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소년 예수님의 대답은 더욱 가관입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그 순간 저 같았으면, 더 확 끌어올라 아마도 이렇게 호통을 쳤을 것입니다.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 것이지 어디서, 꼬박꼬박 말대꾸야, 말대꾸가?” 
 
그러나 성모님은 그냥 침묵하십니다. 비수처럼 다가온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 깊이 간직하십니다.
도대체 그 말씀의 진의(眞意)가 무엇인지 곰곰이 묵상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성모님에게 있어 예수님은 한평생에 걸친 연구과 묵상과 관상의 대상이었습니다.
예수님을 잉태하고, 낳고, 키우고, 출가하실 때까지 예수님으로 인해 성모님께서 겪으셨던 이해하지 못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이해하지 못할 수많은 사건들 앞에 보이신 성모님의 태도는 오늘 우리에게 큰 귀감으로 다가옵니다.
일단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분노를 식힙니다. 의혹의 눈길도 거둡니다.
그저 침묵합니다.
곰곰이 하느님의 뜻을 찾아 나갑니다.
지금 당장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언젠가 하느님의 도움으로 모든 것을 이해할 때가 올 것임을 굳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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