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7주간 수요일]
복음: 마태 13,44-46
오늘 우리는 과연 어떤 대상에 최우선권을 부여하고 있을까요?
우여곡절 끝에 수도회에 입회하고, 동시에 신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그러나 워낙 기초 학력이 부족한 데다, 여기저기 아프다 보니, 제대로 된 신학 공부를 하지 못했습니다.
거기다 이 길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고 고민하다 보니, 신학교 성적은 항상 아슬아슬 백척간두였습니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그때 생각하니 교수님들께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
하느님의 크신 은총과 자비에 힘입어 어렵사리 종신서원을 하고 사제품을 받게 되었는데,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신학교 때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
그래서 그때부터 속죄하는 마음으로 나름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런 저런 영성 서적을 꾸준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대영성가의 삶과 신앙을 만나는 체험이 그렇게 은혜로웠습니다.
슬슬 영적 독서에 탄력이 붙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권씩 읽었는데, 나중에는 매일 한 권씩 읽었습니다.
제 마음을 울리는 구절은 밑줄을 긋고, 그것도 부족해서 노트에 따로 옮겨 적었습니다.
이렇게 제게 있어 가장 우선적 선택은 영성 서적이 되었습니다.
좋은 책 한 권 만나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뜻밖에 횡재한 기분, 밭에 숨겨진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동체에서 지급되는 쥐꼬리 만한 용돈은 오로지 영성 서적 사는 데 다 사용되었습니다.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책을 통해 쉽게 만날 수 없는 대 영성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때로 한 문장 한 단어가 제 가슴을 치고, 제 삶을 성찰하게 만들고, 저를 더 주님 가까이 나아가게 만듭니다.
작은 영적 독서 책 안에 하느님 나라가 들어 있음을 확신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일맥상통하는 말씀을 우리에게 건네십니다.
“하늘 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을 다시 숨겨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마태 12,44)
오늘 우리에게 있어 ‘밭에 숨겨진 보물’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떤 대상에 최우선권을 두고 있을까요? 그게 별 가치 없는 것, 지극히 세속적인 것, 마치 연기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대상이라면 얼마나 억울한 일일까요?
우리는 보다 고상하고, 보다 영적이고, 보다 가치 있고, 보다 의미로 충만한 그 어떤 대상, 결국 하늘 나라에 목숨을 걸고 헌신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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