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의 생활이 다 힘들지만, 그중에서도 힘든 것을 꼽으라고 하면 ‘행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둠 속에서 완전 군장을 하고 걷기만 하는 ‘야간 행군’은 입에서 단내가 나오고 숨을 헐떡이면서 ‘죽겠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합니다. 어떤 병사가 이 ‘죽겠다’라는 말을 계속 되뇌면서 힘들게 걷고 있는데, 옆에서 함께 걷던 동료 병사가 이상한 것입니다. 싱글벙글 웃으면서 걷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이 병사는 생각했지요.
“드디어 미쳤구나.”
그래서 “너 미쳤어? 난 힘들어 죽겠는데, 힘들지 않아? 뭐가 좋다고 싱글벙글한 거야?”라고 물었습니다. 이 동료 병사는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하는 것입니다.
“나도 힘들지. 그런데 ‘죽겠다, 죽겠다’라고 말하다 보니, 내가 하는 말이 ‘주께 있다. 주께 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 그래서 의도적으로 ‘죽겠다’라는 말보다 ‘주께 있다’라고 말했지. 이렇게 말하니까 오히려 웃음이 나오고 힘이 나네.”
아무 생각 없이 걸으면 ‘죽겠다’라는 말만 나올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 발음을 바꿔서 ‘주께 있다’라고 말하니 덜 죽을 맛이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어렵고 힘들면 더 기도도 하지 않고 주님도 찾지 않습니다. 힘듦 자체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떻게든 주님을 바라보고 주님과 함께하게 되면 힘을 얻게 되고 그 힘듦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지금 ‘죽겠다’라고 말하겠습니까? 아니면 ‘주께 있다’라고 말하겠습니까? 그 선택에 따라 지금을 잘 살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주님의 참된 제자가 되어 미래에 대한 밝은 희망도 간직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제자의 길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첫째는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이고, 둘째는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이며, 마지막 세 번째는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라고 하십니다.
당시에 많은 군중이 예수님을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진정으로 주님의 제자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단순한 호기심과 놀라운 기적을 보고 싶은 마음이었지요. 이런 구경꾼의 마음으로는 결코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기 삶의 우선순위가 주님께 있지 않고서는 절대로 주님과 함께할 수 없습니다.
진지한 결단이 필요한 지금입니다. ‘죽겠다’만을 말하게 되는 세상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주께 있다’라고 말하게 되는 주님을 선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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