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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9-12 조회수 : 148

루카 6,39-42 

 

내 눈의 들보를 찾아낼 수 있는 유일한 거울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한 가지 무서운 경고를 하십니다.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느냐? 둘 다 구덩이에 빠지지 않겠느냐?”  

 

형제자매 여러분,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총을 든 강도일까요?

아닙니다. 오늘 복음은 분명히 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자기 눈에 들보가 박혀있는 줄도 모르고 다른 사람을 이끌겠다고 나서는 ‘눈먼 인도자’라고 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들보(δοκός)’는 단순히 큰 죄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성경 원어의 의미를 깊이 들여다보면, 이 ‘들보’는 집의 구조를 떠받치는 거대한 ‘대들보’나 ‘기둥’을 의미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눈의 들보는, 나의 영혼이라는 집의 구조 자체를 뒤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 즉 하느님 없이도 스스로 설 수 있다고 믿는 ‘옛사람’의 자아(에고) 시스템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이 교만이라는 대들보가 나의 시야를 완전히 가리고 있기에, 나는 다른 사람은 물론 나 자신조차도 제대로 볼 수 없는 영적인 소경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 상태에서 누군가를 이끌려 할 때, 가장 끔찍한 비극이 시작됩니다. 

 

옛 사람인 ‘자아’의 시스템대로 살면서 타인을 이끌려다가, 그들 모두를 구덩이에 빠뜨린 비극적인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21세기 실리콘밸리가 낳은 최악의 사기꾼으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홈즈입니다. 

 

그녀는 19살에, 피 한 방울로 200가지가 넘는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테라노스’라는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그녀는 검은 터틀넥을 입고 스티브 잡스를 흉내 냈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비전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기술은 처음부터 거짓이었습니다. 기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모든 것은 사기였습니다.

그녀의 ‘자아 시스템’, 즉 소유욕(수조 원의 투자금)과 지배욕(세상을 바꾸는 기술의 주인이 되겠다는 야망)은 그녀의 눈을 완전히 멀게 만들었습니다. 

 

그녀에게 자신의 들보를 비춰줄 거울이 없었을까요?

그녀의 부모는 딸의 ‘성취’에만 열광했고, 실패를 감추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훗날 거대한 사기극으로 무너진 엔론의 부사장이었습니다.

‘성공하는 나 = 사랑받는 나’라는 등식 속에서 자란 그녀에게,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곧 존재 가치를 잃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자기 눈의 거대한 들보를 보지 못한 채, 수많은 사람들을 ‘혁신’이라는 이름의 구덩이로 함께 끌고 들어간, 우리 시대의 가장 무서운 ‘눈먼 인도자’가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에 있는 티끌은 너무나 잘 보이지만, 정작 내 눈을 가리고 있는 거대한 들보는 나 스스로의 힘으로는 결코 볼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참모습을 비춰줄 깨끗한

‘거울’이 필요합니다.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한 수도원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새로 들어온 젊은 수사가, 성당 창문을 닦고 있는 늙은 수사에게 다가가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수사님, 저 형제는 너무 게으르고, 저 자매는 너무 말이 많습니다.

이 수도원은 온통 고쳐야 할 것 투성이입니다.” 이야기를 다 들은 늙은 수사는 말없이 젊은 수사를 데리고, 먼지가 뽀얗게 쌓인 낡은 거울 앞으로 갔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소매로 거울의 한가운데, 젊은 수사의 얼굴이 비치는 부분만을 깨끗하게 닦아주었습니다.

그러자 먼지투성이 거울 속에, 젊은 수사 자신의 얼굴만이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늙은 수사는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습니다.

“형제여, 세상을 바꾸고 싶거든, 가장 먼저 이 거울부터 닦아야 한다네.” 

 

우리 신앙인에게 이 거울은 누구이겠습니까?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그래, 너 나에게 많이 주었니? 나는 네게 내 목숨까지 다 주었다.” 하고 말씀하시는 분입니다.

그분은 우리의 이기심이라는 들보를 당신의 무한한 사랑으로 비추시는 유일한 거울입니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바라바 역할을 맡았던 이탈리아 배우, 피에트로 사루비의 이야기는 이 진실을 생생하게 증명합니다.

그는 원래 베드로 역할을 맡고 싶었지만, 멜 깁슨 감독은 그의 험악한 인상을 보고 바라바 역을 맡겼습니다.

감독은 그에게 한 가지 이상한 요구를 했습니다.

“촬영 마지막 날까지, 절대 예수님 역할을 맡은 배우의 눈을 쳐다보지 마시오.” 

 

마침내 군중 앞에서 예수님과 나란히 서는 장면을 촬영하던 날, 그는 처음으로 예수님 역할을 맡은 배우 짐 커비즐의 눈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 순간의 충격을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그의 눈을 보는 순간,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 눈은 원망이나 증오가 아닌, 한없는 사랑과 자비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눈빛은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피에트로, 왜 나를 박해하느냐?’ 그 눈빛 앞에서, 제 삶의 모든 교만과 폭력, 더러움이 한순간에

드러났습니다.

저는 제 영혼의 밑바닥을 보았습니다.” 

 

그는 촬영이 끝난 후에도 그 눈빛을 잊을 수 없었고, 결국 모든 것을 버리고 회개하여 가톨릭 신자가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눈은 우리의 들보를 보게 하시는 가장 맑은 거울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들보는 이기심인데, 예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분 사랑 앞에서 자신의 추함을 보고도 견딜 수 있는 자아는 없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고 감옥에 갈 위기 속에서, 그는 C.S. 루이스의 책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그는 그 순간을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나는 내 삶의 모든 교만과 오물이 한순간에 씻겨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나는 내가 얼마나 끔찍한 죄인이었는지를 깨달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하시는 그분의 자비 앞에서 흐느껴 울었다.” 

 

그는 자신의 ‘옛 자아’가 죽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무덤에 들어갔다가,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다시 태어난 후에야 비로소 수많은 영혼들을 구원의 길로 이끄는 참된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말합니다.  

 

“우리의 옛사람이 그분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그럼으로써 죄의 지배를 받는 이 몸이 무력해져, 우리가 더 이상 죄의 종노릇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로마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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