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0,17-24
명절은 시험이다
찬미 예수님!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풍성한 추석 명절을 맞아 주님께 감사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친지들과 음식을 나누고 덕담을 주고받는 이 풍요로운 시간은 우리 신앙인에게 하나의 '시험대'와 같습니다.
명절은 우리가 평소에 쌓아온 신앙과 삶의 태도를 점검하는 중요한 시험의 시간입니다.
오늘 우리는 재물을 '나 자신만을 위한 소유'로 볼 것인가, 아니면 '관계와 나눔을 위한 도구'로 볼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선택 앞에 서 있습니다. 만약 지금 여러분이 복권에 당첨되어 엄청난 돈을 손에 쥐게 된다면, 그 돈을 어디에 쓰시겠습니까? 이 질문 앞에서 우리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납니다.
캐나다에서 복권 1천만 달러에 당첨된 제럴드 뮤스왜건(Gerald Muswagon)은 당첨금을 받은 후 몇 년 만에 모두 탕진하고, 친구도 잃고, 결국 2005년 쓸쓸하게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의 돈은 그를 고독과 파멸로 이끌었습니다. 이처럼 명절이라는 시험 앞에서 우리는 평소의 나눔 연습이 부족했음을 깨닫고, 우리의 근본적인 선택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단호히 경고하십니다.
“너희는 조심하여라. 모든 탐욕을 멀리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루카 12,15)
그리고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한 부자가 많은 소출을 거두자, 곡간을 헐고 더 크게 지어 자신의 모든 소출과 재산을 거기에 저장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어리석은 자야, 바로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 (루카 12,16-20)라고 말씀하시며,
“자신을 위해서는 재산을 모으면서도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그러하다” (루카 12,21) 라고 결론 내리십니다.
재물에 대한 우리의 선택이 결국 우리의 삶을, 그리고 하느님 앞에서의 우리의 영원한 운명을 결정한다는 엄중한 경고입니다.
20세기 미국의 사업가이자 재벌이었던 하워드 휴즈(Howard Hughes)의 삶을 보십시오.
그는 천재적인 재능과 엄청난 부를 가졌지만,
말년은 비극 그 자체였습니다. 극심한 강박 장애와 편집증에 시달리며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은둔 생활을 했습니다.
‘뉴욕 타임즈’는 1976년 4월 6일 그의 사망 기사에서 “휴즈 씨는 70세로 사망했다...
사망 당시 그는 오랜 기간 은둔자였고, 비밀과 기괴한 행동에 둘러싸인 그림자 같은 인물이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는 수십억 달러의 재산을 가지고 있었지만, 제대로 된 의료 혜택조차 받지 못했으며, 주변에는 오직 그의 지시만을 따르는 소수의 직원들뿐이었습니다.
평소에 타인과의 관계를 연습하고 나누는 삶을 살지 않았기에, 명절은 물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는 철저히 혼자였습니다.
'악덕 여왕'으로 불렸던 미국의 부동산 재벌 레오나 헴슬리(Leona Helmsley)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는 엄청난 부를 쌓았지만, 극단적인 탐욕과 이기심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세금은 서민들만 내는 것"이라는 오만불손한 발언으로 유명했죠.
그녀의 부는 타인과 나누기보다는,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The New York Times는 2007년 8월 21일 그녀의 사망 기사에서 "그녀는 탐욕과 오만함으로 비난받았다...”라고 평했습니다.
그녀는 1200만 달러라는 엄청난 유산을 자신의 반려견에게 남기고, 손자들에게는 단 한 푼도 주지 않아 세상을 경악시켰습니다.
사람과의 진정한 관계를 쌓지 않고 오직 돈에만 집착했던 그녀의 삶은 결국 비난과 조롱만을 남겼습니다.
하워드 휴즈와 레오나 헴슬리, 이들은 평소 관계의 덕을 쌓지 않았기에, 명절은 물론 삶의 마지막까지도 고독과 비난 속에서 끝맺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평소에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나눔을 연습하며 살아온 사람들은 명절은 물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랑과 존경 속에 행복을 누립니다.
이들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부당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는 지혜를 실천한 사람들입니다.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평생을 바친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보십시오.
의사이자 사제로서 자신의 모든 재능과 시간을 가난하고 병든 이들에게 바쳤습니다.
신부님의 이러한 관계 지향적인 삶의 배경에는
어머니의 종교 교육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부터 아들에게 "네 것을 아낌없이 나누는 삶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다"라고 가르치며 끊임없이 나눔과 배려를
연습하도록 하셨습니다.
톤즈에서 신부님은 의료봉사뿐만 아니라 학교를 세워 아이들을 가르치고, 브라스 밴드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음악을 선물하며 꿈을 심어주었습니다.
2010년 대장암으로 선종하기 전,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제발 아이들 곁으로 다시 돌아가게 해달라” 고 간청했습니다.
톤즈 주민들은 그를 '아버지'라 부르며 지금도 기억하고 사랑합니다.
이태석 신부님은 평소 연습한 관계와 나눔의 힘으로 세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친구들을 사귀었고, 하느님 앞에서 진정으로 부유한 삶을 살다 갔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추석 명절은 우리가 어떤 '근본적인 선택'을 할 것인지 연습하는 귀한 시간입니다.
매일 우리에게 들어오는 돈과 재물, 혹은 우리의 시간과 재능은 마치 우리에게 주어진 작은 '복권 당첨금'과 같습니다.
우리는 이 귀한 '양식'을 '모기의 삶'처럼 오직 자신만을 위해 갈취하고 소비할 것인가, 아니면 '착한 사마리아인의 삶'처럼 이웃과의 관계를 풍요롭게 하는 데 사용할 것인가?
이 작은 선택들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관계 지향적인 존재로, 혹은 소유 지향적인 존재로 점점 굳어져 갑니다.
명절은 바로 이 선택의 순간을 연습하는 귀한 '시험 무대'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나눔과 관계를 연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명절이라는 풍요로운 때에 시험을 쳐 보고, 만약 우리가 나눔에 인색했다면, 그것은 평소에 우리의 '덕'이 나눔 쪽으로 기울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매일의 작은 선택이 습관이 되어야만, 그 습관이 우리의 본성이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모기와 같은 소유적 인간'에서 '예수님과 같은 관계 지향적 인간'으로 변화해 갈 수 있습니다.
여기, 평범한 삶 속에서 매일의 나눔을 실천하여 관계 지향적인 삶을 살아온 분의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경북 포항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김남수(76세) 씨는 15년 넘게 매일 붕어빵을 팔아 1만 원씩을 떼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해 온 분입니다. 2023년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22년 말까지 총 3,650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힘들 때마다 붕어빵을 파는 것이 내 행복이다.
이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붕어빵으로 번 매일의 작은 수입, 그 1만 원이라는 돈이 김남수 씨에게는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웃과의 친교를 위한 귀한 도구였습니다.
그는 명절뿐 아니라 평소에도 매일매일 나눔을 선택하고 연습하며, 그 나눔의 덕을 자신의 본성으로 만들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번 추석부터 우리에게 있는 것, 곧 돈, 시간, 재능 이 모든 것을 관계 지향적으로 사용하는 연습을 시작합시다.
추석 명절, 가족과 친지들에게 베푸는 작은 나눔, 이웃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는 작은 관심, 성당 공동체에 기여하는 작은 봉사들이 바로 그 시작입니다.
매일 우리에게 주어지는 작은 재물들을 김남수 씨처럼 나눔과 친교를 위해 사용할 때, 이 작은 선택들이 반복되어 우리의 영혼을 관계 지향적인 존재로 굳건히 만들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모기와 같은 소유적 인간'이 아니라, 이태석 신부님과 같이 사랑받고, 워런 버핏과 같이 돈의 진정한 가치를 알며, 하느님 앞에서 진정으로 부유한 '예수님과 같은 관계 지향적 인간'으로 변화하여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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