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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6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0-06 조회수 : 65

복음: 루카 12,15-21 

 

주시는 분도 주님이시고 거두어가시는 분도 주님이십니다! 

 

 

추석을 맞아 아직 부모님이 살아 계신 형제들은 본가 방문을 떠나고, 이제 집도 절도 없는 형제들만 남아서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여유가 생겨 훼손된 산책로도 복구하고, 쌓인 쓰레기도 정리하고, 물때가 좋아 해루질도 나가고, 하루가 바쁩니다.

가을이 오니 게들 싸이즈가 커지고 힘이 좋아, 장갑을 두벌 씩 꼈는데도 양손이 상처투성이입니다. 

 

몸이 편찮으셔도 부모님 살아 계실 때는 장거리를 마다하고 찾아뵙고 떠들썩하게 지냈는데,

이제 덩그러니 영정 사진만 바라보며 속절없이 빠른 세월만 한탄합니다.

그리고 자주 후회를 합니다.

살아 계실 때 좀 더 잘 해드렸어야 했었는데, 좀 더 살갑게 대해 드려야 했었는데... 

 

또 다시 가장 큰 명절인 추석입니다.

오랜만에 사랑하는 가족들을 만나고, 친교를 나누고,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일년에 몇 번 안되는 좋은 기회입니다.

서로 고생많다고 위로해주고, 서로 격려하고 칭찬해주고, 좋은 덕담을 주고 받는 훈훈하고

따뜻한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온 몸으로 느낀 바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인간의 계획과 하느님의 계획은 크게 다르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의 시계 바늘과 하느님의 시계바늘의 속도도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저 같은 경우 어린 시절 꿈이 아이들과 동고동락하는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사람 만나 알콩달콩 사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제 앞에 전개된 상황은 전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저를 꿈에도 생각지 못한 길로 몰고 가셨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대단한 것 바라지 않고 그저 평탄하고 소박한 인생 길을 원했는데, 지독한 가난과 혹독한 고통, 갖은 우여곡절의 인생길로 저를 이끄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회닿을 때 마다 강조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꿈을 꾸고 희망하고 계획하지만, 거기에 지나치게 목숨을 걸지 말라는 것입니다.

물론 목표한 계획을 이루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기도하지만, 최종적인 결론은 항상 하느님 손에 맡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부유한 대지주도 큰 풍년을 맞아 아주 좋은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그런데 주님께서 아주 좋은 계획을 세운 부자에게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세상만사의 주인은 바로 주님이십니다.

주시는 분도 주님이시고 거두어가시는 분도 주님이십니다.

우리가 아무리 난다긴다 할지라도 그분께서 고개 한번 흔드시면 우리 인생 끝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지속적인 겸손의 덕입니다.

하느님께 최우선권을 두는 삶입니다.

너무 멀리 내다보니 말고, 그저 오늘 하루 기뻐하고 감사하며, 충만한 하루를 사는 것,

그것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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