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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16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0-16 조회수 : 46

복음: 루카 11,47-54: “모든 예언자가 흘린 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바리사이들과 율법 교사들을 향하여 가장 무거운 경고를 하신다. 그들의 조상들은 예언자들을 죽였고, 그 후손들은 겉으로는 그 예언자들을 기리는 무덤을 세우면서도, 정작 그보다 더 큰 죄를 범하게 될 것임을 지적하신다. 왜냐하면 이제 그들은 단순한 예언자가 아니라 하느님의 아드님, 곧 생명의 주관자를 죽이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 스테파노가 순교하기 직전에 한 말씀이 떠오른다. “여러분의 조상들이 박해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들은 의로우신 분께서 오시리라고 예고한 이들을 죽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여러분은 그 의로우신 분을 배신하고 죽였습니다.”(사도 7,52) 

 

주님께서는 “모든 예언자의 피에 대한 책임”(50절)을 언급하시며, 죄의 누적성과 역사적 연속성을 보여주신다. 교부 오리게네스는 이렇게 말한다: “의인들의 피는 땅에 흘려지지만, 하느님 앞에서는 기억된다. 그 피가 하늘에 올라가 심판을 부른다.”(Homiliae in Leviticum, 9) 이 말씀은 단순히 과거의 유다인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오늘날에도 예언자의 목소리, 곧 진리를 말하는 이들을 묵살하거나 배척하는 일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사회 안에서, 또 교회 안에서조차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이들을 불편해하고, 침묵시키려는 모습이 있다. 

 

또한 주님은 율법 교사들에게 말씀하신다. “너희가 지식의 열쇠를 치워 버리고서, 너희 자신들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려는 이들도 막아 버렸다.”(52절) 율법 교사들은 ‘율법의 열쇠’, 곧 하느님께 나아가는 지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참되게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 해석과 권위를 앞세워 사람들을 막았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를 두고 이렇게 경고한다: “율법을 아는 자가 사랑을 모른다면, 그는 하느님 나라의 문을 잠그는 자이다.”(Enarrationes in Psalmos, 36) 

 

우리도 혹시 하느님께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야 한다. 내 신앙의 태도가 다른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가, 아니면 무겁게 짓누르고 막고 있는가? 내가 지닌 신앙의 ‘지식’이 생명을 열어 주는 열쇠인가, 아니면 문을 가로막는 자물쇠인가? 

 

예수님의 말씀은 단순한 책망이 아니라 회개의 초대이다. 우리가 말씀 앞에 겸손해지고, 사랑으로 진리를 전하며, 무엇보다도 예수님께로 사람들을 인도하는 열린 문이 될 때, 우리는 더 이상 예언자들의 피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피로 구원받는 은총 안에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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