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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5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11-04 조회수 : 93

제자가 되는 길

 

 

많은 군중이 예수님과 함께 길을 갑니다.예수님은 이 상황을 이용하여, 당신과 함께 길을 간다는 것, 당신의 뒤를 따라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군중에게 가르치고자 하십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운수대통으로 획득할 수 있는 복권과 같은 것이 아니라, 올림픽 대회에서 운동선수들이 메달을 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처럼, 그러한 노력이 앞서야 함을 일러주십니다.

 

최선의 노력, 그것은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그러하지 않고서는 그분의 제자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모든 것 위에, 심지어 모든 가족 관계 위에 모셔야 합니다. 가정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공동체, 사람에게 가장 편안함을 주는 공간입니다. 물론 예수님은 가정 공동체를 거슬러 행동하도록 요구하신 적이 없습니다. 다만 그 편안함이 예수님을 섬기고 따르는 데 장애물이 된다면, 그것을 뛰어넘거나 포기하는 용단이 필요함을 역설하실 뿐입니다. 나아가 목숨 부지에 대한 집착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지금 온전한 포기를 종용하고 계신 것입니다.

유다인들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저주받은 분으로 취급하고 말겠지만, 그분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가족들을 포함한 사람들로부터의 저주와 저버림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함을 이르십니다. 따르기로 다짐했다면, 끝까지 따라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이러한 철저한 따름은 따라서 끝까지 따를 수 있는지에 대한 잠재력을 점검하기 위한 냉정한 절차를 필요로 합니다. 따름을 감행하기에 앞서, 예수님은 먼저 곰곰이 자신을 헤아려볼 것을 제안하십니다. 탑을 세우기에 앞서, 그리고 전쟁 마당에 뛰어들기에 앞서, 이것저것 고민해 보기를 비유로 말씀하시는 의도가 여기에 숨겨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끝까지 따르는 데 필요한 모든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해보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다만 따르려는 의지가 확고한지, 그리고 방법은 필요한 때에 주님께서 마련해 주시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지 점검해보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 인간관계와 세속의 재물이나 사정 등 모든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제자가 되는 길은 요원할 것입니다. 우리는 많은 이가 우리와 함께 따라나섰다가, 여러 가지 사정을 이유로 도중에서 포기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피력한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분들을 비난하거나 무시하는 일 또한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그분들이 회개로, 또는 필요하다면 마음을 풀고 주님의 따스한 품을 찾아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하며 다가서야 할 것입니다.

 

주님은 모든 것을 버리고 당신을 따르려는 우리의 의지 하나만으로 만족하시는 분입니다. 따르기 위해 필요한 지혜와 용기와 신념은 선물로 거저 불어넣어 주실 것입니다.

오늘 하루, 그 크신 하느님을 이 비좁은 마음 안에 모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버려야 하고 비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다스려 나가는 하루, 그럼으로써 내 마음 안에 하느님을 모시는 기쁨과 희망으로 충만한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내 마음 안에 하느님이 계시다면, 그곳이 바로 하느님 나라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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