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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5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1-05 조회수 : 43

복음: 루카 14,25-33: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직의 본질을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26절) 하신다. 처음 들으면 모순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는 가족을 미워하라는 뜻이 아니라, 그분을 향한 사랑을 모든 것 위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느님을 먼저 사랑할 때, 우리는 진정으로 이웃과 가족도 올바르게 사랑할 수 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은 하느님을 삶의 첫 자리에 모시는 것에서 시작된다. 주님을 우리의 최우선으로 세울 때, 나머지 모든 관계와 책임이 그 안에서 참된 질서를 찾는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네가 하느님보다 부모나 가족을 더 사랑한다면, 참된 사랑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Confessiones I,1). 하느님 사랑이 우선될 때, 우리는 이웃을 진정으로, 온전하게 사랑할 수 있다. 
 
주님께서는 “제 십자가를 지고 내 뒤를 따라오라”(27절) 말씀하신다. 이 십자가는 단순한 고난이 아니라, 우리의 자기 뜻과 세속적 집착을 내려놓고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삶을 의미한다. 박해 시대에도 제자들은 그리스도를 위해 자신을 버려야 했다.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십자가는 마음의 욕심, 자만, 자기중심적 선택을 내려놓는 일이다. 
 
예수님은 탑을 세우거나 전쟁을 준비하는 비유를 통해, 제자의 삶이 철저한 준비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신다(31절). 한 돌로 탑을 세울 수 없듯, 한 계명만 지킨다고 온전한 성숙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매일의 기도, 선행, 계명 준수를 통해 믿음의 기초 위에 신앙을 쌓아가야 한다. 
 
1코린 3장 12절의 말씀처럼, 우리가 쌓는 신앙의 집은 금, 은, 보석과 같은 가치를 지닌 계명과 사랑의 실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시편 119편 127절의 고백처럼, “저는 당신 계명을 금보다 순금보다 더 사랑합니다.”라는 자세로, 우리의 삶을 하느님께 바쳐야 한다. 이제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로서, 우리는 하늘의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책임과 기쁨을 지니고 있다. 제자의 길은 쉽지 않지만,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영적 성숙과 참된 자유, 하느님과의 친밀함을 누릴 수 있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묻는다. 나는 그리스도를 내 삶의 중심에 두고 있는가? 나는 내 뜻보다 하느님의 뜻을 먼저 구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매일의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제자직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가? 제자의 길은 철저한 준비와 끊임없는 실천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 길 끝에는 하느님과 참된 연합, 영원한 생명이라는 풍성한 결실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 우리의 마음과 삶이 그 길 위에서 흔들림 없이 주님을 따를 수 있도록, 깨어있는 신앙으로 매 순간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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