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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7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1-07 조회수 : 53

복음: 루카 16,1-8: 약은 집사 
 
오늘 복음에 나오는 집사는 교활하고 불의한 사람이었다. 그는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면서 횡령하였고, 주인에게 발각되어 해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기발한 수단을 동원한다. 빚진 자들의 채무를 줄여 줌으로써, 장차 자기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안전망을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이 집사의 불의를 칭찬하신 것이 아니라, 그의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를 칭찬하신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자기들끼리 거래하는 데는 빛의 자녀들보다 더 영리하다.”(8절) 세상의 사람들은 일시적인 이익과 보장을 위해서도 온갖 꾀와 수단을 다 동원한다. 그렇다면 우리 신앙인들은 영원한 생명을 위해, 얼마나 간절히,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는가? 
 
사도 바오로는 우리 그리스도인을 “하느님의 신비를 맡은 관리인”(1코린 4,1)으로 부른다. 우리가 받은 생명, 은총, 시간, 재능은 모두 주인이신 하느님께로부터 잠시 위임받은 것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재물을 맡기신 것은 그 재물이 우리의 주인이 아니라, 우리의 종이 되게 하려 하심이다.”(Sermo 359) 우리가 맡은 것을 잘 관리하고, 그것을 통해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할 때, 우리는 하느님의 뜻에 충실한 집사가 된다. 
 
이 비유에서 주님은 다가올 일을 내다보는 지혜를 배우라고 하신다. 집사는 해고 이후를 내다보고 준비했다. 신앙인도 마찬가지로, 이 세상 삶이 끝난 후에 맞이할 하느님의 나라를 늘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권고한다. “세상일에는 그렇게도 기민하고 영리하면서, 어찌 영원한 생명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게으른가? 영원한 것을 위해 잠시의 것을 사용하라.”(Hom. 19) 우리의 시간과 재능, 재물을 영원한 목적, 곧 사랑과 구원을 위해 사용한다면, 그것은 하늘 창고에 쌓이는 보물이 된다(마태 6,20 참조). 
 
우리는 언제 주님 앞에 서게 될지 모른다. 그날은 도둑처럼 찾아온다(1테살 5,2). 그러므로 신앙인의 삶은 늘 지금 여기에서 준비하는 삶이어야 한다. 주어진 순간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섬기는 선택을 할 때, 우리는 이미 구원을 체험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교리서도 이렇게 가르친다. “모든 사람은 자기 삶 동안 하느님 앞에서 자유로이 행한 행위에 따라 심판을 받을 것이다.”(1021항) 따라서 그리스도인에게 중요한 것은 내일의 계산이나 세속적 보장이 아니라, 오늘을 어떻게 충실히 살고 있는가이다. 
 
우리의 삶 전체가 하느님께 맡겨진 집사직임을 기억하자. 불의한 집사가 미래를 준비했던 것처럼, 우리도 영원한 생명을 내다보며 지금 여기서 사랑과 믿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늘 깨어 준비하는 삶이 될 때, 주님께서 오실 그날 우리는 참으로 충실한 집사로서 칭찬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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