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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0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1-10 조회수 : 21

복음: 루카 17,1-6: 죄의 유혹과 용서, 믿음의 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 가지 중요한 주제를 말씀하신다. ① 다른 이를 죄에 빠뜨리지 말라. ② 회개하는 형제를 끝없이 용서하라. ③ 믿음을 통해 하느님의 능력에 의탁하라고 하신다. 
 
예수님은 “불행하여라, 남을 죄짓게 하는 자!”(1-2절)라고 단호히 경고하신다. 우리는 약한 인간이기에 걸려 넘어지기 쉽다. 하지만 다른 이의 발목을 잡아 죄로 이끄는 것은 훨씬 더 무거운 책임을 지는 일이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말한다. “남을 죄로 이끄는 것은 자신의 죄보다 더 큰 죄이다. 그것은 다른 이의 영혼을 파괴하기 때문이다.”(Hom. in Matthaeum 59)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자기 행동이 다른 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늘 살펴야 한다. 부모의 말과 행동이 자녀에게, 신자의 삶이 공동체에, 교회의 증언이 세상에 어떤 본보기가 되는지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네 형제가 하루에 일곱 번 죄를 짓고 일곱 번 ‘회개합니다’ 하면, 용서해 주어야 한다.”(4절) 여기서 “일곱 번”은 수학적 횟수가 아니라 끝없는 자비를 뜻한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끝까지 용서하시는 것처럼, 우리도 형제를 용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가르친다. “용서는 사랑의 최고 증거이다. 용서하지 않는다면, 네가 바치는 기도는 하느님께 닿지 못한다.”(Sermo 114) 우리가 받은 용서가 크다는 사실을 잊을 때, 우리는 다른 이들을 쉽게 단죄한다. 그러나 우리가 하느님 앞에서 이미 “백 데나리온이 아니라, 만 탈렌트”(마태 18,24-28)의 빚을 탕감받았음을 기억한다면, 용서는 선택이 아니라 응답이어야 한다. 
 
이 말씀을 듣고 제자들은 주님께 청한다.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5절) 예수님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산을 옮길 수 있다고 하신다. 믿음은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탁하는 힘의 문제이다. 가교리서는 믿음을 이렇게 설명한다. “믿음은 하느님의 은총의 선물이며 동시에 인간의 자유로운 응답이다.”(153항) 믿음은 우리가 쌓아 올리는 성취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이고, 동시에 우리가 날마다 응답하며 자라나야 하는 은총의 길이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나는 다른 이를 죄로 이끄는 걸림돌이 아니라, 믿음으로 이끄는 디딤돌이 되고 있는가? 나는 받은 자비를 기억하며, 형제를 끝없이 용서하는가? 나는 믿음을 내 힘으로 키우려 애쓰기보다, 하느님께 의탁하며 은총으로 살고 있는가? 우리의 믿음이 겨자씨처럼 작아 보여도, 그것이 진실로 하느님께 뿌리내린다면, 놀라운 일을 이루게 될 것이다. 용서와 자비의 길, 믿음으로 사는 길이 바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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