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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4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1-14 조회수 : 170

성무일도 끝기도 진짜 양심 성찰 방법 
 
 
찬미 예수님!
사제들과 수도자들은 매일 하루를 마감하며 성무일도 '끝기도'를 바칩니다.
이 기도의 시작 부분에는 잠시 '양심성찰'을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이 시간이 단순히 "오늘 내가 누구를 미워했나? 거짓말을 했나?" 하는 식으로 '죄목'을 나열하는 데 그치곤 합니다. 
 
하지만 죽음이 전제되지 않은 양심성찰은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그것은 마치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물속에 앉아 있는 개구리가, 자신이 삶아져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모른 채 거울을 보며 "오늘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하고 외모만 신경 쓰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한순간에 잿더미가 된 고대 도시 폼페이. 수천 년의 세월이 흘러 그곳의 화석들이 발굴되었을 때, 우리는 아주 대조적인 두 가지 죽음의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한쪽에서는 금화와 보석이 가득 든 무거운 자루를 움켜쥐고 죽어간 사람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내일의 생존'을 위해 재물을 포기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아기를 품에 꼭 껴안고, 자신의 온몸으로 쏟아지는 화산재를 막아내려 했던 어머니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죽음이 임박했을 때, 내가 무엇을 껴안고 있었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그 마지막 순간에 내가 꽉 붙잡고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내 인생의 나침반이 가리키던 방향이었습니다.
하나는 '나의 생존'을 향했고, 다른 하나는 '타인의 생명'을 향했습니다.
양심성찰은 바로 이 '죽음의 순간'을 매일 밤 미리 체험하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2001년 9월 11일 아침, 납치된 비행기가 뉴욕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충돌했습니다.
죽음을 직감한 그 짧은 순간, 건물 안에 갇힌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음성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그 수많은 마지막 메시지들 중에 "내 통장에 돈이 얼마 있다"거나 "나 승진 못해서 억울하다"는 말은
단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그들의 마지막 말은 모두 똑같았습니다.
"여보, 사랑해. 아이들 잘 부탁해." "엄마, 아빠, 사랑해요. 고마웠어요." 
 
죽음 앞에서는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너무나 명확해집니다.
거품은 사라지고, 오직 '사랑'만이 남습니다.
죽음 앞에서 우리는 대부분 옳은 선택을 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노아의 때"와 "롯의 때"를 경고하십니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사고팔고 심고 비비고" 있었습니다.
이 일상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들이 그 일상에 빠져 다가올 심판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긴장감을 잃어버렸기에, '자기 생존'에만 몰두하다 멸망했습니다.
롯의 아내 역시 두고 온 재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다 소금 기둥이 되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의 행복 점수'를 매겨보곤 했습니다.
그때는 참 충실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습관을 잃어버리자, 어느새 세속과 육신, 마귀의 유혹에 치우쳐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게 되더군요. 
 
그러다 마리아 발토르타의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를 읽으며 다시금 인생의 마지막 때를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의 삶이 그토록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지막 순간에 후회 없는 행복을 누리기 위해 사제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삶의 방향이 잡히고, 생각하지 않으면 방향을 잃게 됩니다.
잠자리는 '죽음'의 상징입니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여러분의 인생 나침반을 확인하십시오.
"만약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었다면, 나의 오늘 하루는 몇 점인가?"
이 질문이 여러분을 참된 생명의 길로 인도할 것입니다.
돈 보스코 성인의 질문에 활짝 웃으며 "저는 그냥 계속 놀겠습니다!"라고 대답했던 도미니코 사비오처럼, 언제 죽음이 찾아와도 후회 없을 기쁜 하루하루를 살아가시길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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