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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8일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5-11-18 조회수 : 57

오늘 이 집에 구원이!


키는 작았지만 자존심이 강했던 자캐오는 예리코의 세관장, 다시 말해서 로마 당국의 위임을 받아 국경 도시인 예리코 지방의 세관 업무를 총괄하던 공직 책임자였습니다. 그는 매우 부자였으며, 세관 업무에는 자주 비리가 도사리고 있었으므로 유다인들로부터 공공인 죄인으로 취급되거나, 침략자인 로마 제국의 협조자라는 이유로 홀대받았던 사람이었으나, 하느님은 당신 성령을 보내 이 사람을 예수님께 인도하십니다.


아이들은 흔히, 그것이 나무든 건물이든, 높은 곳에 올라가 주위를 둘러보기를 좋아합니다. 자캐오는 자존심과 사회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똑같은 행동을 취합니다. 우스꽝스럽게 보이거나 천박하게 취급될 수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뵙고자 하는 열망이 이 사람을 사로잡아, 돌무화과나무에 오르게 합니다.

다른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시는 성령의 활동에 민감한, 탁월한 예언자이신 “예수님은 거기에 이르러 위를 쳐다보십니다.” 자캐오의 마음 깊은 곳을 응시하시며, 그의 이름으로 자캐오를 부르십니다. 사랑의 부르심입니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예수님의 사명 전개가 자캐오의 집에 머물러야 함을 요구합니다. 이스라엘의 잃어버린 양들을 다시 불러 모아야 할 사명 말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사람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어제 예수님은 눈먼 이를 치유하심으로써 하느님의 능력을 드러내셨으며, 오늘은 죄인으로 취급되던 사람의 집에 머무시고자 하십니다. 유다인들의 입장에서, 이분은 메시아일 리가 없습니다. 정(淨)은 부정(不淨)과 함께할 수 없으며, 그럴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은 지상에서의 사명 수행 동안 종종 악표양의 원인 제공자처럼 행동하시며, 지금도 그렇게 인식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한편, 회개에 대한 하느님의 호소에 응답할 때 동반되는 기쁨은 넘치고도 넘칩니다. 자캐오는 기쁨으로 예수님을 받아들이며, 율법이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갚고자 하는 회개의 진정성을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제가 다른 사람 것을 횡령했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 하고 다짐할 때의 네 곱절은 율법이 명시하는 것 이상의 배상이며(탈출 22,3.6; 레위 5,21-24; 민수 5,6-7 등), 로마법에서는 명백한 절도 행위에만 해당하는 법규입니다. 이처럼 자캐오는 하느님의 넘치는 은총에 넘치는 선의로 화답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제 자캐오를 죄인으로 취급했던 군중을 향하시며, 자캐오가 회개에 대한 진정성과 관대함을 통하여 아브라함의 참된 자손임을 드러내고 있음을 천명하십니다. 예수님은 설령 죄인이라 하더라도 당신을 받아들이는 그 자리에, 그래서 당신이 머무실 수 있는 그 자리에 구원을 약속해 주십니다. 그분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오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본다면, 자캐오가 세관장이었고 부자였다는 점에서 직업상 그러한 오해가 가능했을지 몰라도, ‘네 곱절’로 표현되는 그의 진정성을 감안한다면 분명 그는 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러함에도 그에게 주님의 도우심이 필요했던 것은, 주님이 그의 집에 머물러 구원을 베푸셔야 했던 것은 죄인 취급보다 더 가혹했던 사회적 냉대였을 것입니다. 자캐오를 영적인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냉대였습니다.

오늘 하루, 내 삶의 부족한 점들을 주님께 고백하고 도우심을 청하는 한편, 내 차가운 시선이 이웃을 영적인 파멸로 몰아갔던 적은 없었는지 성심껏 살피고 회개하는, 거룩한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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