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마태 9,27-31: 두 소경의 눈을 보게 하시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눈먼 두 사람이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27절) 외치며 예수님께 도움을 청하는 모습을 본다. 그들은 보지 못했지만, 들음으로써 믿음에 이르렀고(로마 10,17 참조), 그 믿음으로 예수님을 “다윗의 자손” 곧 메시아로 고백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너희는 믿느냐?”(28절) 물으시고, 그들의 믿음을 확인하신 후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29절) 하신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믿음과 시력이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단순히 육체의 눈을 뜨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눈을 뜨는 사건인 것이다.
오리게네스는 이 소경들이 단순히 눈의 병자들이 아니라, 영적으로 “율법과 예언서의 빛을 아직 깨닫지 못한 이들”을 상징한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그들이 메시아를 “다윗의 자손”으로 고백했을 때 비로소 영혼의 눈이 열렸다고 한다. (Commentarium in Matthaeum XIII, 29)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예수님께서 곧바로 치유하지 않고 집 안으로 데려가신 것은, 군중의 호기심이나 단순한 기적의 장관을 피하시고, 믿음을 통해서만 은총이 주어진다는 것을 보여 주시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Homiliae in Matthaeum XXXII, 2)
성 아우구스티노는 “육신의 눈을 뜨는 것보다 더 큰 기적은 마음의 눈, 곧 신앙의 눈을 여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소경의 눈은 열렸으나, 진정으로 열린 것은 그들의 마음이었다.”(Sermo 88, 5) 성 예로니모는 예수님의 만지심을 “성사의 예표”로 보며, 그분의 손길이 성체성사 안에서 오늘도 우리에게 빛을 준다고 주석합니다. (Comment. in Matthaeum IX, 27) 교리서 은 “믿음은 은총의 선물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자유로운 응답을 요구한다.”(156항) 가르친다. 오늘 복음의 소경들은 바로 이 믿음의 모범을 보여준다. 레오 교황은 강론에서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바라보는 눈은 결코 어둠 속에 머무르지 않는다.”(Sermo 31, 3) 선언한다.
오늘 복음은 우리가 모두 사실은 소경과 같음을 고백하게 한다. 우리는 세상의 유혹과 자기 교만 속에서 영적 눈이 흐려질 때가 많다. 그러나 그리스도 앞에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라고 부르짖을 때, 그분께서는 우리의 눈을 열어 주신다. 이제 빛을 받은 사람으로 빛을 나누는 증인이 되어야 한다. 대림 시기, 우리는 “어둠 속에서 큰 빛을 본 백성”(이사 9,1)의 약속을 되새긴다. 그 빛은 바로 오시는 주님이다. 우리도 오늘 이 소경들처럼 주님께 나아가 믿음을 고백하자. 어두운 세상 속에서도 믿음의 눈을 뜨고, 이웃에게 빛을 나누는 사람이 되자.
우리는 모두 영적 소경이지만, 믿음으로 주님께 다가갈 때 그분께서 우리의 눈을 열어 주신다. 대림 시기 동안 “빛의 자녀”(에페 5,8)로 살아가며,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는 참된 준비를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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