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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2-05 조회수 : 140

마태오 9,27-31 
 
장애 극복은 청하며, 자아 극복엔 무관심하다면? 
 
 
[도입] 다리 없는 영웅의 추락
"블레이드 러너"라고 불리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를 기억하십니까?
그는 태어날 때부터 종아리뼈가 없어 생후 11개월 만에 두 다리를 절단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탄소 섬유로 만든 의족을 끼고 비장애인들과 겨루어 올림픽에 출전하는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전 세계가 그를 "인간 승리의 아이콘"이라며 칭송했고, 그는 "하느님께 불가능은 없다"고
간증했습니다.
그는 분명 육체의 장애를 극복하는 기적의 주인공이었습니다. 
 
하지만 2013년 발렌타인데이, 전 세계는 경악했습니다.
그 영웅이 자신의 여자친구를 총으로 쏴 죽인 살인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법정에서 "도둑인 줄 알았다"고 변명했지만,
평소 그의 불같은 성격과 통제되지 않는 분노가 원인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그는 다리가 없는 육체의 장애는 기적처럼 극복했지만, 자기 내면의 분노라는 자아는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믿음으로 기적은 끌어왔지만, 그 기적을 지탱할 '성품'이라는 그릇이 준비되지 않았기에, 영웅은 하루아침에 살인자가 되어 감옥에 갇혔습니다. 
 
[전개] 준비 없는 축복은 저주다
우리는 종종 복권에 당첨되는 것과 같은 기적을 바랍니다.
복권을 사는 행위 자체는 "혹시나" 하는 일종의 믿음입니다.
하지만 그 거액을 감당할 그릇 없이 당첨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2002년, 미국 역대 최고액인 3,700억 원의 복권에 당첨된 잭 휘태커의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그는 독실한 척하며 십일조도 냈고 가난한 사람을 돕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돈벼락은 재앙이었습니다. 그는 도박과 술에 빠졌고, 그가 준 돈 때문에 손녀딸은 마약 중독으로 사망했습니다.
결국 빈털터리가 되어 쓸쓸히 죽어가며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때 그 티켓을 찢어버렸어야 했어요.
그건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습니다." 
 
믿음은 하늘의 기적을 땅으로 부르는 힘입니다. 그러나 순종(절제와 하느님 뜻에 따름)은
그 기적을 안전하게 담는 그릇입니다.
그릇이 깨져 있는데 기적만 부어달라고 조르는 것은, 내 집에 홍수가 나게 해달라고 비는 것과 같습니다. 
 
[복음] 믿었지만, 순종할 줄 모르는 사람들 오늘 복음에서 두 눈먼 사람이 예수님을 따라오며 외칩니다.
"다윗의 자손이시여,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예수님께서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느냐?"고 물으시자 그들은 "예, 주님!"하고 대답합니다.
그들의 믿음은 진짜였고, 그 믿음대로 눈이 뜨이는 기적을 체험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무에게도 이 일을 알리지 마라"고 엄하게 이르셨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나가서 예수님을 온 지방에 퍼뜨렸습니다.
그들은 기뻐서 그랬을 것입니다.
선한 의도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명백한 '불순종'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치유)은 얻었지만, 주님이 원하시는 것(침묵과 메시아의 비밀)은 지키지 않았습니다.
치유받은 몸으로 불순종의 길을 걷는다면, 그 치유가 과연 그들에게 영원한 축복이 될 수 있을까요?
몸의 눈은 떴을지 몰라도, 순종의 눈은 여전히 감겨 있었습니다. 
 
[심화] 깨진 그릇에는 은총이 머물지 않는다
성경과 역사 속에는 이런 안타까운 사례가 너무나 많습니다.
구약의 모세를 보십시오.
물이 없다고 아우성치는 백성 앞에서 그는 하느님의 능력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지팡이로 바위를 쳤고 물이 솟아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바위에게 명령하라"고 하셨는데 모세는 혈기로 바위를 "두 번 쳤습니다."
기적은 일어났지만 순종이 없었기에, 모세는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반면 아브라함은 달랐습니다.
100세에 얻은 아들 이사악은 기적 중의 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이 "그 아들을 바쳐라"고 하셨을 때, 그는 자신의 기적을 포기하고 순종을 선택했습니다.
그제야 하느님은 "이제야 네가 나를 경외하는 줄 알았다"며 그를 믿음의 조상으로 세우셨습니다. 
 
[결론] 기적보다 더 위대한 순종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대림 시기를 보내며 기적을 청합니다.
병이 낫기를, 자녀가 성공하기를, 부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 믿음은 귀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나는 그 기적을 감당할 순종의 그릇을 준비했는가?" 
 
오상의 성인 비오 신부님을 기억합시다.
그는 기적을 행하는 성인이었지만, 교황청의 오해로 인해 2년 동안이나 대중 미사와 성무 집행을 금지당했습니다.
억울한 일이었습니다.
신자들은 분노했습니다.
하지만 비오 신부님은 한마디 변명도 없이 수도원 독방에 갇혀 지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회의 결정은 하느님의 뜻입니다.
기적을 행하는 것보다 더 기쁜 것은, 그분의 뜻에 복종하는 고통입니다." 
 
그의 거룩함은 오상이라는 기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 억울함마저 받아들이는 순종에서
완성되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묻으십니다.
"내가 너에게 기적을 줄 수 있다고 믿느냐?"
우리는 "예, 주님!"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 더 물으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침묵하라 할 때 침묵하고, 멈추라 할 때 멈출 수 있느냐?" 
 
믿음은 기적을 부르지만, 순종은 그 기적을 영원한 생명으로 바꿉니다.
자아를 극복하는 순종 없는 기적은 우리를 교만하게 만들 뿐입니다.
믿음의 완성은 순종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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