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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16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12-15 조회수 : 119

아니오

 


위선의 사전적 의미는 겉으로만 착한 체함이나, ‘겉과 속이 다른 행위를 총칭하는 표현입니다. 따라서 남이 자신의 말과 행동을 위선으로 평가할 때, 이를 기분좋게 받아들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도 위선을 용납하지 않으시며, 언제나 강력하게 규탄하십니다. 위선의 삶을 살았던 종교적 지도자들, 탈을 쓰고 속내를 감추려 했던 사람들, 마치 회칠로 겉은 깨끗하게 보이지만 속은 썩은 것들로 가득 찬 묘지와 같은 삶을 살았던 부류의 사람들을 질타하십니다. 예수님은 오늘 두 아들에 관한 비유를 통해서 다시 한번 위선적 행태를 고발하시나, 양심 문제에서 다소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비유 말씀입니다.

 

먼저, 아버지의 지시에 라고 답하고서는 실행에 옮기지 않은 아들의 모습에 우리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실천에 옮기지도 않으면서 너무나 자주 남 듣기 좋아하는 말을 내뱉는 우리의 모습이 비치기 때문입니다. 미사에 참여하거나 기도할 때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형제 사랑에 나 몰라라 하는 모습 말입니다.

한편, 아버지의 말씀에 아니오라고 답하고서는 마음을 바꾸어 실행에 옮기는 아들도 또 다른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래도 가끔은, 잘못을 시인하고 고백하는 용기를 보일 때가 있고, 성실한 마음으로 우리의 과오와 헛된 걸음과 비열함을 인정하고 왜곡된 결심에서 돌아설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때그때 우리의 모습, 선할 때도 있고 악할 때도 있는 우리의 모습, 진솔할 때도 있고 비뚤어질 때도 있는 우리의 모습, 성실할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선택하는 행동이 비루하고 위선적일 때가 있는가 하면, 관대하고 올바른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빛과 어두움의 경계선을 쉽게 넘나들며 자기 편한 대로 행동할 때가 다수이기 때문입니다. 변화무쌍한 이러한 우리의 행동은 결국 오로지 성성(聖性)을 향해 내달려야 할 우리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들며, 이 점에서 우리는 하느님 앞에 너무나 부족한 존재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이 비유 끄트머리에서 하나의 교훈을 우리에게 건네주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여기서의 세리와 창녀들은 주님과의 만남을 통해 회개하여 용서를 받고 의로운 길을 따라 한결같이 걸어가기로 다짐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할 것은 하고, ‘아니오할 것은 아니오라고 말하면서, 주님 맞이에 합당한 것들은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그렇지 못한 것들은 좌고우면할 것 없이 포기하는 삶을 살아야 할 때입니다.

오늘 하루, 주님의 말씀에 하고 대답했으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못한 것들, 또는 양심으로는 아니오하고 결정했으면서도 못내 아쉬어 기웃거렸던 것들이 무엇이 있나 다시 살피고 점검하는 가운데, 우리 가운데에 오시는 주님 맞이에 큰 소리로 하고 대답하며, 주님과 함께 성탄할 준비에만 골몰하는, 거룩한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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