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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20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2-20 조회수 : 19

복음: 루카 1,26-38: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1. 은총이 가득한 이, 마리아
천사의 인사,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28절)는 성경 어디에도 유례가 없는 독특한 인사이다. 이는 마리아가 단순히 은총을 받은 여인이 아니라, 은총 자체로 가득 찬(κεχαριτωμένη), 즉 은총 안에서 새롭게 지어진 존재임을 나타낸다. 성 에페소 공의회(431년)는 이 말씀을 근거로,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라 고백했다. 하느님이신 아들이 마리아 안에서 인성을 취하셨기 때문에, 마리아를 단순히 예수님의 인간적 어머니가 아니라, 하느님의 어머니라 부르게 된 것이다. 
 
2. 하와의 불순종을 되돌린 마리아의 순종
성 이레네오는 이렇게 말한다. “하와가 불순종으로 인간을 죽음에 넘겼지만, 마리아는 순종으로 인간을 구원에 넘겼다. … 하와의 매듭은 마리아의 믿음으로 풀렸다.”(Adversus Haereses III,22,4) 즉, 하와는 천사의 유혹에 귀를 기울여 넘어갔지만, 마리아는 천사의 말을 믿음으로 받아들여 인류를 위한 새로운 길을 열었다. 그래서 교부들은 마리아를 “새 하와”라 불렀다. 
 
3. 성령의 역사와 성체성사
천사는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35절)라고 말한다. 마리아에게 성령이 임하심으로써 하느님의 아들이 잉태되었듯, 오늘도 성령은 미사 때 빵과 포도주 위에 내리신다. 성 요한 다마스쿠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성령께서 거룩한 동정녀 위에 내려오신 것처럼, 지금도 성령은 제대 위에 내려오시어 제물을 하느님의 말씀이신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시키신다.”(De fide orthodoxa IV,13) 따라서 마리아의 태중에 그리스도께서 오셨듯이, 매번 성찬례 때 그리스도께서는 신자들의 안에 오셔서 머무신다. 
 
4.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마리아의 “응답”(Fiat!)은 믿음의 가장 큰 모범이다. 성 베르나르도는 묵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온 세상의 구원이 당신의 응답에 달려 있습니다. 주님께 ‘예’라고 말씀하십시오. … 온 창조가 그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In laudibus Virginis Matris Hom. 4,8) 마리아의 믿음은 단순히 개인적 순종이 아니라, 온 인류의 구원을 여는 열쇠가 되었다. 
 
5. 결론 – 우리 삶의 “응답”
마리아는 특별한 초인적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평범한 한 시골 처녀였지만, 그 평범함 안에서 하느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믿음을 고백했다. 오늘 우리에게도 같은 부르심이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렇게 말한다. “마리아의 믿음은 교회의 길이 되었다.”(Redemptoris Mater 5항) 우리가 일상에서 “주님, 말씀하신 대로 제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고백할 때, 하느님은 우리 안에 새로운 창조의 역사를 써 내려가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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