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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2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2-22 조회수 : 127

루카 1,46-56 
 
신앙인이 항상 기쁠 수 있는 이유 
 
 
찬미 예수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 『나이팅게일』에는 아주 흥미로운 대조가 나옵니다.
어느 날 중국 황제에게 일본 천황이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황금 나이팅게일'을 선물합니다.
태엽만 감으면 언제나 똑같은 박자로 완벽한 노래를 부르는 기계 새였습니다.
사람들은 그 화려함에 감탄했고, 숲에 살던 진짜 나이팅게일은 초라해 보여 숲으로 쫓겨났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떻게 되었을까요?
황금 새의 부품이 마모되어 소리가 나지 않게 되었고, 황제는 병이 들어 죽음의 문턱에 섰습니다.
그때 숲에서 진짜 나이팅게일이 날아와 노래합니다.
기계 새는 누군가 조작해야 노래하지만, 진짜 새는 생명으로 노래합니다.
황제는 그 생명의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건강을 되찾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하나 드립니다.
숲으로 쫓겨났던 진짜 새는 슬펐을까요?
아마 잠시는 그랬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자연 속에서 하느님의 보살핌을 받으며 계속 노래했을 테고, 결코 좌절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끊임없이 생명을 공급받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가짜 새는 다릅니다. 상품성이 떨어지고 태엽이 풀리면, 더는 기쁨을 누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화려해도 내면은 늘 불안합니다. 언제 버려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기쁨을 세상에 팔리는 '상품성'에서 찾는 사람이 있고, 창조주에게서 오는 '은총'에서 찾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자는 '조화'의 인생이고, 후자는 '생화'의 인생입니다. 
 
오늘 복음과 마태오 복음 6장을 연결해 봅시다. 예수님께서는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도 이 들판의 꽃 한 송이만큼 차려입지 못하였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솔로몬의 옷은 당대 최고의 기술로 만든 명품, 즉 상품이었습니다.
그것은 솔로몬이 자신의 위엄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걸친 것이었습니다.
입을수록 낡아지는 조화와 같습니다. 
 
반면 나리꽃은 아침마다 하느님이 주시는 이슬과 햇살을 머금고 새로 피어납니다.
살아있는 생화는 언제나 물과 영양분을 공급받기에, 그리고 그 덕분에 누군가에게 생명력을 줄 수 있기에 내일 일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나의 기쁨의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우리는 조화가 되기도 하고 생화가 되기도 합니다.
생화는 타인의 시선보다는 창조자에게서 오는 기쁨에 초점을 둡니다. 
 
오늘 복음의 성모 마리아가 그러셨습니다.
그분은 비천한 여종이었지만, 성령으로 구원됨을 느끼며 '마니피캇'을 노래하셨습니다.
스스로 빛나려 하지 않고 하느님의 빛을 받으려 했기에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이 되셨습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여전히 자신을 상품으로 만들어 진열대에 올리려는 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세상에서 오는 보상과 인기를 바라지만, 결국 그 끝은 자신이 그저 하나의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좌절감뿐입니다. 
 
세기의 아이콘 마릴린 먼로를 기억하십니까?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조화'였습니다.
그녀는 화려했지만,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할 정도로 늘 불안했습니다.
"나는 대중의 것입니다. 내 몸도, 내 웃음도." 
 
그녀는 자신을 대중에게 팔려야 하는 상품으로 여겼기에, 인기가 떨어질까 봐 극도의 불안과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끊임없이 주어지는 하느님의 사랑(생명수)을 느끼지 못했기에, 약물과 알코올로 시든 꽃잎을 억지로 붙이고 있다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마이클 잭슨, 어니스트 헤밍웨이, 빈센트 반 고흐, 그리고 최근의 지드래곤까지...
자신을 상품으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내면에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상품이 아닌 작품으로, 조화가 아닌 생화로 살 수 있을까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기도의 자리에 머무는 것입니다.
기도는 내가 무엇을 하는 시간이 아니라, 사랑받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동화 『벨벳 토끼 인형』에 아주 감동적인 대화가 나옵니다.
장난감 방의 반짝이는 새것들 사이에서 낡은 토끼 인형이 지혜로운 말 인형에게 묻습니다.
"진짜가 된다는 건 태엽이 감겨서 움직이는 건가요?"
말 인형이 대답합니다.
"아니란다. '진짜'는 어떻게 만들어졌느냐가 아니라, 아이가 너를 오랫동안 진심으로 사랑해 줄 때 일어나는 일이야.
털이 빠지고 눈이 떨어져 나가도, 사랑받는 존재는 낡아지는 게 아니라 '진짜'가 되는 거란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십시오.
세상의 눈에 우리가 조금 낡아 보여도 상관없습니다.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는 순간 우리는 상품이 아니라 '진짜 생명'이 됩니다. 
 
저 역시 사제로서 매일 강론을 씁니다. 하지만 저는 강론을 '잘' 해서 여러분께 박수받는 상품이
되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강론을 쓰기 위해 묵상하는 그 과정에서, 주님께서 저에게 주시는 성령의 깨달음과 평화를 누리는 것이 진짜 목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강론을 들어주는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제가 주님 앞에 앉아 사랑받음을 느끼고, 그렇게 저는 비로소 사제가 되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 때문입니다. 
 
요한 복음 15장의 포도나무 비유를 기억하십시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가지(생화)가 열매를 맺기 위해 스스로 끙끙대며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지의 유일한 의무는 나무(예수님)에 '붙어 있는 것'입니다. 조화는 붙어 있지 않기에 스스로 빛나야 하지만, 생화인 가지는 붙어 있기만 하면 뿌리에서 올라오는 수액, 곧 성령이 저절로 꽃을 피웁니다. 
 
오늘 하루, 세상의 진열대에서 내려와 주님의 품에 안기십시오.
"나에게 붙어 있어라."
이 말씀에 머무를 때, 우리는 비로소 향기 나는 생화가 되어 세상에 참된 기쁨을 전하게 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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