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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1-02 조회수 : 107

[주님 공현 전 금요일] 
 
요한 1,19-28  
 
금반지를 낀 손가락으로는 달을 가리킬 수 없습니다 
 
 
찬미 예수님!
한 해를 마무리하며, 저는 제가 한 일에 너무 제 자신을 드러내려 한 것은 아닌지 후회할 때가
많습니다.
매번 그렇습니다.
"주님 영광 받으소서"라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나도 좀 봐주소서"라고 속삭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의 세례자 요한은 이런 저의 부끄러운 모습을 뉘우치게 합니다.
그는 철저히 자신을 지우고 오직 주님만을 가리켰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한 배우의 이야기를 통해 이 겸손의 신비를 묵상해 보고 싶습니다.
헐리우드의 슈퍼스타 멜 깁슨입니다.
그는 젊은 시절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 뒤에 숨겨진 그의 내면은 썩어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사실 거짓말에 능숙했습니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것, 즉 멋진 가면을 쓰고 대중을 속이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는 너무 일찍, 너무 높이 올라갔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성공의 무게는 그를 알코올 중독과 분노 조절 장애라는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고, 가족들에게 폭언을 퍼부으며, 그는 스스로 쌓아 올린 명성의 탑을 무너뜨리고 있었습니다.
세상이 끼워준 '성공'이라는 금반지가 그의 손가락을 조여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절망의 끝자락에서 그는 깨달았습니다.
더 이상 연기(거짓)로는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는 자신의 전 재산 3천만 달러(약 400억 원)를 털어 영화 한 편을 제작하기로 결심합니다.
바로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미쳤다고 말렸습니다.
"누가 아람어와 라틴어로만 대사하는 잔인한 영화를 보겠어?
당신은 파산할 거야!"
하지만 멜 깁슨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자신을 철저히 지웠습니다.
그는 감독으로서 카메라 뒤에 숨었고, 심지어 영화 속에서 딱 한 장면, 예수님의 손바닥에 못을 박는 로마 병사의 손만 직접 연기했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것은 바로 나의 죄입니다." 
 
그는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진 스타의 금반지를 빼버리고, 대신 죄인의 망치를 들었습니다.
그가 자신을 죽이고 오직 예수님의 수난만을 드러내려 했을 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영화는 전 세계 수억 명의 영혼을 울렸고, 그 자신도 깊은 회개와 신앙 안에서 새로운 삶을 찾았습니다.
지금도 그는 매일 미사를 봉헌하며, 화려한 배우가 아닌 겸손한 신앙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가 자신을 죽이자, 그 자리에서 예수님이 부활하셨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의 세례자 요한이 바로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요한은 멜 깁슨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온 유다가 그에게 몰려들었고, 사람들은 그를
메시아로 착각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요한은 시대의 구세주 행세를 하며 금반지를 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다." 
 
손가락에 화려한 금반지를 끼고 달을 가리키면, 사람들은 달을 보지 않고 금반지만 쳐다봅니다.
요한은 그것을 알았기에, 자신의 손가락에서 모든 영광을 빼버리고 오직 예수님만을 가리키는 투박한 표지판이 되기를 자처했습니다. 
 
반면, 자신이 가리켜야 할 소명을 잊고 자기 영광에 취해 망해버린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솝 우화의 '젖 짜는 처녀와 우유통'입니다.
처녀가 머리에 우유통을 이고 시장에 갑니다. 그녀는 걷으면서 즐거운 상상에 빠집니다.
'이 우유를 팔아 달걀을 사고, 병아리를 까서 닭을 팔아 돼지를 사고, 소를 사야지.
그리고 예쁜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에 가서 나에게 청혼하는 남자들에게 콧방귀를 뀌어 줄 거야!'
그녀는 상상 속에서 너무 신이 난 나머지 고개를 홱 젖혔고, 머리 위의 우유통은 땅에 떨어져 박살이 났습니다.
현재의 소명(우유 운반/주님 증거)보다 미래의 내 영광(드레스/금반지)에 취해 있을 때, 지금 가지고 있는 은총마저 쏟아버리게 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입니다.
작품이 자기 이름을 크게 쓰면 작가가 보이지 않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일화를 기억하십니까?
젊은 시절, 그는 '피에타' 상을 조각하고 나서 사람들이 작가를 몰라보자 밤에 몰래 들어가 성모님 어깨띠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습니다.
자신의 금반지를 끼워 넣은 것이지요.
하지만 나중에 그는 깊이 후회하며 그 이후로는 어떤 작품에도 서명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시고도 어디에도 서명을 남기지 않으셨는데, 보잘것없는 내가 내 이름을 자랑하려 했구나." 
 
그는 자신의 이름을 지움으로써 오직 작품 속의 영성만을 드러내는 진정한 예술가가 되었습니다.
나를 지울 때, 하느님이 드러납니다.
내 손가락의 반지를 뺄 때, 사람들이 비로소 내가 가리키는 예수님을 보게 됩니다.
오늘 하루, 내 말과 행동에서 '나'라는 이름을 지우는 연습을 해봅시다.
내가 사라진 그 자리에, 주님의 영광만이 가득하기를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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