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1월 9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1-09 조회수 : 60

복음: 루카 5,12-16: 나병 환자를 고치시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주님 앞에 엎드린 나병 환자의 겸손과 믿음을 본다. 그는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루카 5,12) 하고 고백한다. 여기서 그는 하느님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불결함 때문에 감히 청할 수 없음을 드러낸다. 그의 기도 안에는 겸손한 믿음이 이미 충만하다. 예수님께서는 이 믿음에 응답하신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13절). 말씀과 동시에 당신의 손길을 내밀어 만지신다. 여기서 우리는 주님의 신성과 인성이 함께 드러남을 본다. 신성으로는 말씀으로 치유하시고, 인성으로는 사랑의 손길을 내미신다. 그 결과, 곧바로 나병이 사라진다. 

 

성 이레네오는 이렇게 가르친다. “하느님의 말씀은 보이지 않는 분의 손이다. 그 손길로 우리는 창조되었고, 그 손길로 우리는 치유된다.”(Adversus Haereses V, 15,2) 예수님의 손길은 단순한 신체적 접촉이 아니라, 하느님의 창조와 구원이 지금 여기에 실현되는 사건이다. 오리게네스는 나병 환자를 죄인으로 해석하면서 말한다. “그리스도는 죄의 나병을 치유하시되, 죄인을 멀리하지 않으시고 그에게 다가가 손을 대신다.”(Homiliae in Lucam, Hom. 7) 예수님의 치유는 단순히 육체를 깨끗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죄까지도 정화하는 구원 행위임을 알 수 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강조한다. “사람이 스스로를 낮추어 ‘당신께서 하고자 하시면’ 하고 말했을 때, 이미 절반은 치유된 것이다.”(Sermo 62,1) 겸손한 믿음이 곧 치유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예수님의 손길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율법은 나병 환자와 접촉하는 것을 금하였지만, 은총의 주님은 오히려 만지심으로써 그를 깨끗하게 하셨다. 이는 그분이 율법 위에 계심을 드러내는 것이다.”(Hom. in Matth. 25,1) 

 

교회는 이 사건 안에서 성사의 표징을 본다. 죄의 나병을 고쳐주시는 주님의 자비는 특히 고해성사 안에서 드러난다. 교리서 1421항은 이렇게 가르친다.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병자들을 치유하심으로써 죄를 용서하는 당신의 권능을 보여 주셨다. 그분은 병자들의 치유를 하느님 나라의 도래와 결합시키셨다.” 또한 예수님께서 환자에게 “사제에게 가서 몸을 보이라”(14절) 하신 말씀은, 치유가 단순히 개인적 체험에 머무르지 않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 확인되고 선포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죄의 용서 역시 교회 안에서, 사제의 직무를 통해 선포된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세 가지 길을 제시한다. 나병 환자처럼, 자신의 죄와 상처를 숨기지 않고 주님 앞에 내어놓는 것;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하고 고백하며, 주님의 의지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 주님의 손길로 깨끗해진 우리는, 이제 다른 이들을 향해 용서와 사랑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