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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18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1-18 조회수 : 84

집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을 없애는 집이 많아졌다는 기사를 읽은 적 있습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텔레비전 없애는 예전의 유행이 다시 반복되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함께 모여 텔레비전 볼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과 같이 전 국민의 관심을 끄는 경기에서나 함께 보기 때문입니다. 몇 년에 한 번 거실에서 보기 위해 굳이 거실에 텔레비전을 둘 필요가 없었습니다.


텔레비전 채널 쟁탈전으로 서로 싸웠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각자 알아서 스마트폰으로 보면 됩니다.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 가졌던 거실은 이제 텅 빈 곳이 되었습니다. 예전의 채널 쟁탈전이 오히려 그리워지는 요즘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대는 ‘함께’하는 것보다 ‘혼자’가 익숙합니다. 친구나 가족보다도 스마트폰이 더 가깝고, 때로는 나의 전부이고 심지어 마치 배우자처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편하고 쉬운 것, 또 자극적인 것 등을 모두 이 스마트폰에서 얻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너 없이는 못 살아!”라고 말하는 것처럼, 스마트폰 없이는 못 사는 것처럼 사는 우리입니다.


이렇게 편하고 쉬운 것, 자극적인 것을 가까이하다 보니, 주님과 함께하는 삶이 어렵고 힘들어집니다. ‘주님도 스마트폰으로 만나면 안 되나?’, ‘성체도 그냥 스마트폰으로 보면 안 될까?’, ‘굳이 고해소에 들어가 고해성사 보는 것보다 스마트폰으로 이야기하면 되지 않을까?’ 등등…. 인격적인 주님과 인격적인 만남을 가져야 하는데, 편하고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합니다.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진정한 기쁨과 행복도 얻기 힘들어집니다.


세례자 요한은 자기 쪽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보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29)


사제는 미사 때 성체를 들어 올리며,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라고 외칩니다. 이 외침이 바로 오늘 복음의 재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자석에 앉아 있는 신자들에게 그리고 세상을 향해 “여기에 세상의 죄를 짊어지고 해결해 주실 진짜 구원자가 있습니다.”라고 외치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순간이고,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벅찬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귀찮다고, 지루하다고, 힘들다고, 믿지 못하겠다고 등의 이유를 들어서 그 결정적인 순간에 함께하기보다 피하는 것을 더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세상이 중심이고, 자기 욕심과 이기심 채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 수밖에 없게 됩니다. 주님과 함께할 수 없으며, 주님 안에서 은총과 평화를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사야서에 나오는 ‘주님의 종의 노래’ 중 두 번째 노래로. 하느님께서 선택된 종의 사명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구원 의지는 이스라엘이라는 민족적 경계를 넘어 땅끝까지 뻗어 나가게 됩니다. 이 말씀에 따라, 예수님께서 유다인만의 메시아가 아니라, 온 인류를 비추는 ‘민족들의 빛’이심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내리기를 빕니다.”(1코린 1,3)


파리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비행기의 조종사가 실수로, 북쪽으로 1도 다르게 설정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비행기는 어디로 갈까요? 비행기가 60마일을 날아갈 때 1도가 틀어지면 1마일을 벗어난다는 60:1의 법칙이 있습니다. 파리에서 인천까지 8,800km, 그래서 148km의 오차가 생깁니다. 인천 기준으로 북쪽 150km이면 평양에 도착하게 됩니다. 겨울 1도라 해도 목적지가 아예 바뀌게 됩니다.


우리 삶의 항로도 바꿔야 할 때가 아닐까요? 편하고 쉬운 길, 그래서 주님을 만나지 못하는 길이 아니라, 어렵고 힘들어도 주님을 만나고 함께할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할까요? 아닙니다. 딱 1도만 바꾸면 충분합니다. 매일 1도쯤 더 기도하고, 매 순간 1도쯤 더 사랑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렇게 매 순간 이루어지는 1도의 방향 전환이 하느님 나라에 가까워지게 할 것입니다.


오늘의 명언: 세상은 고난으로 가득하지만, 고난의 극복으로도 가득하다(헬렌 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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