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마르 4,1-20: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들려주신다.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3절). 이 말씀은 하느님의 말씀이 모든 이에게 차별 없이 선포된다는 것이다. 주님은 땅을 가리지 않으신다. 길이든 돌밭이든 가시덤불이든 좋은 땅이든, 그분은 모두에게 씨를 뿌리신다. 이는 하느님께서 모든 이가 구원되기를 바라신다는 보편적 구원 의지를 보여준다(1티모 2,4 참조).
씨앗은 곧 하느님의 말씀이고, 땅은 우리의 마음이다. 말씀은 항상 같은데, 결과는 다르다. 문제는 말씀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내적 상태이다. 길가에 떨어진 씨는 무관심과 닫힌 마음 때문에 뿌리 내리지 못한다. 돌밭은 깊이가 없고, 시련이 오면 곧 말라버린다. 가시덤불은 세속적 욕망과 재물의 유혹, 근심 걱정이 말씀의 숨을 막아 버린다. 그러나 좋은 땅은 말씀을 받아들이고 인내하며 풍성한 열매를 맺는 것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 비유를 이렇게 해설한다. “씨는 같으나 밭이 같지 않다. 우리의 영혼이 씨앗을 거부하거나 수용하는 것이다.”(Enarrationes in Psalmos 44,25) 결국 구원의 열매는 하느님의 은총과 인간의 자유로운 응답의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 비유를 해석하면서, “마음의 밭을 갈아엎어라. 돌을 치우고, 가시덤불을 뽑아내라. 땅이 바뀌면 수확도 달라진다.”고 권고한다(Homiliae in Matthaeum 44). 교부들은 한결같이, 말씀을 듣는 태도와 준비가 열매의 차이를 결정한다고 가르쳤다.
마리아는 말씀을 듣고 간직하고 실천하신 분으로, 가장 비옥한 땅의 표본이시다(루카 2,19). 그분의 ‘예, fiat’은 말씀의 씨앗이 잉태되어 세상의 구원이 된 사건이었다. 우리 역시 말씀을 환영하는 열린 마음을 지니면, 그분처럼 말씀을 세상에 열매 맺게 할 수 있다.
좋은 땅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갈아엎어야 한다. 돌을 골라내야 하고, 가시를 뽑아야 한다. 그것은 곧 회개와 정화, 끊임없는 기도와 성사 생활, 그리고 사랑의 실천을 뜻한다. 열매가 삼십 배, 예순 배, 백 배로 다르게 맺히는 것도 우리의 준비와 노력에 달려있다.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은총을 주시지만, 우리가 열어드린 만큼, 비옥하게 만든 만큼, 열매는 달라질 것이다.
오늘 복음은 우리 마음의 밭을 돌아보게 한다. 하느님께서는 오늘도 우리 각자에게 말씀의 씨앗을 뿌리신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마음 밭을 잘 가꾸어, 그 말씀이 뿌리내리고 자라 열매 맺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성모님처럼 말씀을 간직하고 실천하며, 우리 삶이 주님께서 바라시는 풍성한 결실이 되기를 기도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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