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마르 7,24-30: “강아지도 빵 부스러기는 얻어먹지 않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시리아 페니키아 여인을 만난다. 그녀는 마귀 들린 딸을 고쳐 달라고 예수님께 간청한다. 그런데 예수님의 대답은 다소 냉정해 보인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27절) 이 말씀은 단순한 거절이 아니라, 여인의 믿음을 드러내고자 하는 주님의 시험이었다. 당시는 유다인들이 이방인을 ‘개’라고 멸시하던 시대였기에, 예수님은 당시 사람들의 언어를 사용하신 것이다. 그러나 그 여인은 섭섭해하지 않고 이렇게 대답한다.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28절)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겸손과 끈질긴 믿음이다. 자신의 부족함과 비천함을 인정하면서도, 은총을 얻기 위해 끝까지 매달리는 믿음. 이것이 기도의 본질적 자세이다.
교부들은 이 여인의 태도에서 깊은 교훈을 보았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그 여인의 겸손이야말로 기도의 열쇠였다. 그녀는 멸시 속에서도 주님을 더욱 굳게 붙들었고, 바로 그 믿음으로 은총을 얻었다.”(Hom. in Matth. 52,3)고 말한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믿음은 은총을 불러오는 그릇이며, 겸손은 그 그릇을 넓히는 힘이다.”(Sermo 56,6)라고 가르친다. 아우구스티노는 믿음을 은총을 담는 그릇에 비유하면서, 겸손이 없으면 그릇이 작아져 은총을 제대로 담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예수님은 결국 이렇게 응답하신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가 보아라. 마귀가 이미 네 딸에게서 나갔다.”(29절) 그녀의 믿음이 자녀를 살렸다. 이것은 곧 어머니의 사랑과 믿음의 힘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를 보여준다.
우리 역시 때로는 주님께서 침묵하시거나, 응답하지 않으시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은 말한다. 끈질긴 믿음, 겸손한 신뢰, 포기하지 않는 사랑이 결국 주님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포용의 신비를 볼 수 있다. 복음은 유다인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민족과 사람들을 위한 보편적 은총임을 보여준다. 교리서 543항도 “그리스도의 복음은 모든 이에게 열려 있으며, 누구든 믿음으로 응답하는 사람은 그분 나라에 들어간다.” 가르친다.
따라서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다른 종교인이나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을 멸시하거나 배척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모두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귀한 존재임을 기억하며, 겸손과 사랑으로 복음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주님, 저희가 이방 여인의 믿음을 본받아 겸손히 주님께 매달리게 하소서. 당신의 은총을 끈질기게 청하며, 모든 이들을 존중하고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참된 제자가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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