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마르 7,31-37: “에파타, 열려라!”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치유하신 사건을 전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그 사람을 따로 데리고 가셔서 손가락을 귀에 넣으시고, 침으로 그의 혀를 만지신 뒤, 하늘을 우러러보시며 말씀하셨다. “에파타, 곧 열려라!”(34절) 그러자 그의 귀가 열리고 혀가 풀려 제대로 말하게 되었다.
교회는 이 복음 사건을 특별히 세례 성사와 연결해 왔다. 실제로 세례 예식에는 에파타 예식이 있다. 사제가 세례받는 이의 귀와 입을 만지며 “그리스도의 말씀을 잘 듣고, 그 말씀을 전하는 입술이 되라.”고 기도한다. 이는 곧 믿음의 귀가 열리고, 복음을 전하는 입술이 열리기를 청하는 은총의 표지이다. 교리서도 “세례를 통하여 우리는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전할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1235항) 한다.
예수님께서 귀와 혀를 만지신 것은 단순히 병의 원인을 치유하는 차원을 넘어, 영적인 차원을 드러낸다. 귀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통로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믿음은 듣는 데서 시작된다.”(fides ex auditu, 로마 10,17 해설)고 하며, 귀가 닫힌 이들은 곧 믿음의 은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라고 말한다. 혀는 하느님을 찬미하고 복음을 증거하는 도구이다. 그러나 귀가 막히면 혀도 열릴 수 없다. 말씀을 듣지 못하면 참된 증언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에파타”는 단지 한 개인의 치유 사건이 아니라, 모든 인류를 향한 초대이다. 닫힌 귀를 열어 말씀을 듣게 하시고, 묶인 혀를 풀어 하느님을 찬양하게 하시는 은총이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말한다. “그분의 손길은 귀와 혀만이 아니라, 마음의 문을 여는 손길이었다.”(Hom. in Matth. 52) 우리의 마음이 세상 걱정과 두려움으로 닫혀 있을 때, 주님은 여전히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에파타, 열려라! 내가 너의 마음을 열어 내 사랑과 진리를 받아들이게 하리라.”
사람들은 예수님의 행적을 보고 이렇게 고백했다.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 귀먹은 사람들을 듣게 하고, 말 못 하는 사람들을 말하게 하시는구나.”(37절) 오늘 우리도 같은 찬미를 드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 말씀은 우리에게 책임을 묻는다. 나는 말씀을 잘 듣기 위해 귀를 열고 있는가? 내 혀는 주님을 찬미하고 이웃을 세우는 말에 쓰이고 있는가, 아니면 험담과 불평으로 묶여있는가?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에파타”를 다시 들었습니다. 이 말씀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 우리 각자에게도 선포되는 말씀이다. 주님은 오늘도 우리의 귀와 입술, 더 나아가 우리의 마음에 손을 대시며 말씀하신다. “에파타! 열려라! 내 사랑과 복음에 네 마음을 열어라. 그리고 세상을 향해 그 기쁜 소식을 전하라.”
우리의 삶이 주님의 은총 안에서 열리고, 우리의 말과 행실이 다른 이들에게 신앙의 기쁨을 전할 수 있기를 청하여야 하겠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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