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마태 5,17-37: 옛사람들에게 이르신 말씀과 달리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1. 율법과 복음의 관계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율법과 계명에 대해 주신 해석을 전해주고 있다. 율법은 원래 복음과 대립되는 것이 아니다. 율법은 하느님의 뜻을 담은 선물이지만, 형식주의에 매이면 생명을 주는 본래의 정신을 잃게 된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을 폐지하신 것이 아니라, 그 깊은 뜻을 드러내시며 완성하신다(17절).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말한다. “율법은 은총을 찾도록 주어졌고, 은총은 율법을 완성하도록 주어졌다.”(De spiritu et littera 19,33) 즉, 그리스도 안에서 율법은 더 이상 짐이 아니라 자유로 이끄는 은총의 길이 된다.
2. 계명의 완성: 사랑 안에서
집회서의 말씀은 “사람 앞에는 생명과 죽음이 있으니, 바라는 대로 받으리라.”(집회 15,17)라고 한다. 예수님은 이 선택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신다.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단순히 생명을 빼앗지 않는 것을 넘어, 마음속에서 형제를 존중하고 화해하는 사랑으로까지 확장된다(21-24절).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은 단순히 외적인 행위가 아니라 마음의 욕망까지 정화할 것을 요구한다(27-28절). “거짓 맹세하지 말라”는 계명은 단순히 맹세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말이 곧 우리의 진실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33-37절).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 부분을 해석하며 이렇게 말한다. “그리스도께서는 상처 자체만이 아니라 상처의 뿌리를 치유하신다.”(Homilia in Matthaeum 16,4) 예수님은 외적인 행동보다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사랑과 진실을 요구하신다.
3. 성령 안에서의 율법 실현
사도 바오로는 복음을 “하느님의 지혜”(1코린 2,7)라 부른다. 그 지혜는 성령을 통해 드러나며, 우리 안에서 율법을 실현할 힘을 준다(1코린 2,10).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덧붙인다. “글자가 아니라 은총의 성령께서 가르치시고, 움직이시며, 도와주신다.”(De gratia Christi et de peccato originali 25) 율법은 외적인 명령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내적으로 변모된 삶을 통해 실현된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가 말한 것처럼 “생명 성령의 법”(로마 8,2)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4. 교회의 가르침과 오늘의 적용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계시 헌장에서, 예수님께서 율법과 예언서를 완성하시어 하느님의 뜻을 충만히 드러내셨음을 강조한다(참조: 4항). 또한 교회 헌장은 교회의 삶 자체가 사랑의 계명을 실천함으로써 세상에 하느님의 뜻을 증거한다고 가르친다(참조: 9항). 따라서 오늘 복음은 단순히 도덕적 명령을 넘어,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으로 살아가는 새로운 존재 방식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그 길은 ‘형제를 용서하는 사랑’, ‘마음을 정결히 하는 순결’, ‘진실하게 말하는 충실성’으로 구체화한다.
5. 결론과 신자들을 향한 권고
예수님께서 완성하신 율법은 우리를 속박하는 짐이 아니라, 은총 안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길이다. 형제를 존중할 때, 우리는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완성한다. 마음의 정결을 지킬 때, 우리는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을 완성한다. 진실한 삶을 살 때, 우리는 “거짓 맹세하지 말라”는 계명을 완성한다.
우리는 성령을 받았기에, 이 율법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산상설교의 참된 행복으로 초대한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마태 5,3),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마태 5,9)이 되어, 율법의 완성을 삶으로 증거하는 참된 제자가 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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