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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18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2-18 조회수 : 51

오늘은 사순절의 시작, 재의 수요일이다. 교회는 우리를 40일간의 광야 여정으로 부르신다. 이 숫자는 성경 안에서 정화와 준비, 회개와 계약의 시간을 뜻한다. 노아의 홍수(40일), 모세의 시나이산 단식(40일), 이스라엘의 광야 체험(40년), 그리고 예수님의 광야 단식(40일)은 모두 새로운 창조와 구원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사순절은 단순한 상징적 기간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수난과 죽음, 부활-에 참여하도록 우리를 부르시는 구원의 시간(kairos)이다. 오늘 우리 머리에 얹는 재는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창세 3,19)를 기억하게 한다. 이 말은 죽음을 묵상하게 하여 교만을 꺾고 겸손으로 돌아오게 한다. 성 베네딕토는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라.”(Regula 4,47)고 가르쳤다. 죽음을 기억하는 이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사랑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게 된다. 따라서 재는 절망의 상징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참된 회개와 새 생명을 향한 초대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사순절의 세 가지 실천-자선, 기도, 단식-을 말씀하시면서, 그 핵심이 하느님 앞에서의 진실한 마음임을 가르치신다. 자선: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마태 6,3). 선행은 사람의 칭찬이 아니라 하느님의 눈길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말한다: “사람의 눈을 피하라. 하느님만이 너의 자선을 보시도록 하라.”(Homiliae in Matthaeum 19,2) 기도: “골방에 들어가 숨어 계신 아버지께 기도하여라.”(6절)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 골방을 “우리의 마음 안의 은밀한 자리”라고 해석하며, 거기서 우리는 오직 하느님만을 바라보게 된다고 가르친다(De Sermone Domini in Monte II,3). 단식: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16절) 단식은 외적 고행이 아니라 내적 자유, 곧 하느님만으로 충만해지려는 갈망이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단식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한다. “단식은 단지 음식을 끊는 것이 아니라, 모든 죄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단식의 참된 열매는 자비와 사랑이며, 이것이 없다면 단식은 헛되다.”(De Jejunio) 교리서도 말한다. “단식은 기도의 에너지를 도와주고, 자선을 실천하게 한다.”(1434항). 재를 통한 겸손: 오늘 이 재는 나의 교만을 무너뜨리고, 하느님 앞에서 본래의 나를 찾게 한다. 숨은 일의 훈련: 사람의 칭찬이 아니라, 오직 아버지의 눈길 안에서 자선과 기도와 단식을 실천하자. 부활을 향한 여정: 사순절은 단순히 나 자신을 위한 고행이 아니라, 부활의 기쁨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여, 마침내 부활의 영광에 참여하는 것이 목표이다. 
 
오늘 재의 예절을 받으며 우리는 죽음을 기억하고, 회개와 겸손을 다짐한다. 그리고 사순절의 세 가지 실천을 통하여 하느님 앞에 진실한 마음으로 서도록 초대받는다.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우리의 회개와 사랑을 굽어보시어, 부활의 영광 안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시기를 청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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