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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19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2-19 조회수 : 51

복음: 루카 9,22-25: “나를 위하여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 것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당신의 수난을 처음으로 예고하시면서, 그분을 따르는 길이 어떤 길인지를 분명히 알려주신다. 곧, 제자됨의 길은 영광의 길이 아니라, 십자가의 길이며, 자기 부인의 길이라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 여기서 십자가는 단순히 외적인 고통이나 시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과 싸움, 즉 이기심, 교만, 탐욕, 안일을 내려놓는 것을 뜻한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말한다: “네 자신을 이기는 것이 가장 큰 승리다. 너 자신이야말로 가장 무거운 십자가이다.”(Sermo 96,1) 결국 내가 져야 할 십자가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이기심과 자아의 욕망을 다스리는 길이다. 

 

교회도 이 점을 분명히 가르친다. 교리서(2015항)는 말한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길은 좁고 험하다. 자기 부인과 고통을 거쳐야만 그리스도의 생명과 일치에 이를 수 있다.” 그러므로 제자됨은 단순한 도덕적 노력이나 이상이 아니라, 십자가를 통한 그리스도와의 일치이다. 

 

사순시기는 바로 이 자기 부인의 길을 새롭게 배우는 은총의 때다. 재의 수요일에 머리에 재를 얹으며 우리는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라는 말씀을 들었다. 이 말씀은 허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느님께 속한 존재임을, 생명이 내 것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그렇기에 우리의 삶은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이웃을 위한 봉헌이어야 한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권고한다. “네가 가진 것을 네 이웃과 나누라. 그것이 바로 너의 십자가를 지는 길이다.”(Hom. in Matth. 55,2) 곧, 우리가 재물이나 시간, 재능을 오로지 자기만을 위해 쓴다면 결국 생명을 잃지만, 그것을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나눌 때 생명은 오히려 영원히 보존된다는 것다(루카 9,24 참조). 

 

사목적으로 본다면, 이 말씀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구체적 도전이 된다. 가족 안에서 내 고집을 내려놓고 화해와 용서를 선택하는 것, 공동체 안에서 내 자리를 주장하기보다 봉사의 자리를 선택하는 것, 사회 안에서 나의 안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약자를 위해 시간과 정성을 쓰는 것, 이러한 작은 선택들이 바로 우리가 날마다 지는 십자가이며, 그 길이 부활로 가는 길이다. 

 

십자가 없는 부활은 없다. 그러나 주님께서 우리보다 먼저 십자가를 지시고 부활하셨기에, 우리의 십자가도 결국 생명과 영광으로 이어질 것이다. 사순시기를 통하여 우리가 모두 자기 십자가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주님과 더욱 깊이 일치하여 부활의 기쁨에 동참할 수 있기를 기도하자.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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