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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20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2-20 조회수 : 30

복음: 마태 9,14-15: “신랑을 빼앗길 그 때에 가서는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혼인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15절)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단식의 의미를 새롭게 밝혀 주신다. 단식은 단순히 음식을 줄이는 행위가 아니라, 신랑이신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표현하는 표지이다. 재의 예식을 시작으로 사순시기를 걷고 있는 우리는, 신랑이신 주님께서 십자가와 죽음을 통해 우리에게서 떠나신 그 고통의 시간을 기억하며, 단식과 절제 안에서 우리의 마음을 정화한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단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단식은 단지 음식을 끊는 것이 아니라, 모든 죄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단식의 참된 열매는 자비와 사랑이며, 이것이 없다면 단식은 헛되다.”(De Jejunio) 즉, 우리의 단식은 단순히 외적 행위가 아니라 내적 회개와 사랑의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단식은 끝이 아니라, 더 큰 충만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는 성체를 “불멸의 약, 곧 죽지 않도록 하는 약이며, 영원히 살게 하는 약”(Epistula ad Ephesios 20,2)이라고 불렀다. 우리가 단식하는 이유는, 세상의 음식보다 더 위대한 양식인 성체를 향한 갈망을 키우기 위함이다. 

 

또한 성 아우구스티노는 성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당신들은 그리스도의 몸과 지체들이다. 주님의 성체를 받아 모실 때, 여러분은 자기 자신을 받아 모신다. 곧 교회의 신비를 받아 모신다.”(In Ioannis Evangelium Tractatus 26,13) 따라서 성체성사는 단식의 결핍을 채우는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교회로서,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화시키는 은총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또 이렇게 강조한다. “우리가 성경 안에서 그분을 알아보고 받아들일 때만 영원한 생명에 이를 수 있다.”(Sermo 232, 2) 곧, 우리는 단식과 기도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더 깊이 듣고, 그 안에서 신랑이신 그리스도를 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말씀을 받아 모시고, 성체성사 안에서 그분을 영할 때, 비로소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향한 길 위에 서게 된다. 

 

따라서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단식은 단순한 음식 절제가 아니라, 신랑이신 그리스도를 그리워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성체는 우리가 단식을 통해 더욱 간절히 바라보게 되는 참된 양식, 곧 우리를 교회로 세우고 영원한 생명으로 이끄는 “불멸의 약”이다. 말씀과 성체 안에서 그분을 알아볼 때, 우리는 주님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에 참여하게 된다. 

 

사순시기를 지내는 우리는, 단식과 기도를 통해 주님을 향한 사랑과 갈망을 새롭게 하고, 성체와 말씀 안에서 참 행복과 영원한 생명을 맛보도록 초대받는다. 신랑이신 주님을 기다리며, 단식과 절제 속에서 마음을 정화하고, 성체성사로 새 힘을 얻어 교회의 몸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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