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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31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3-31 조회수 : 38

[성주간 화요일] 
 
복음: 요한 13,21-33.36-38: “네가 하려는 일을 어서 하여라.” 
 
오늘 복음은 최후의 만찬 중에 일어난 깊은 드라마를 보여 준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셔서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21절)라고 하신다. 이 말씀은 단순히 한 제자의 배신 사건이 아니라, 인간 안에 있는 어둠과 빛의 갈림길을 드러낸다. 성 요한은 “때는 밤이었다”(30절)라고 기록한다. 단순한 시간의 묘사가 아니라, 영적 상황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 대목을 묵상하면서, “유다가 밖으로 나간 것은 단순히 집 밖으로 나간 것이 아니라, 빛이신 그리스도 밖으로 나간 것이다.”(In Iohannis Evangelium Tractatus 62,5)라고 말했다. 유다는 빵을 받았지만, 그것을 생명의 성사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탐욕과 사탄의 유혹은 그를 공동체에서, 그리고 주님의 성체성사에서 멀어지게 했다. 유다가 떠난 뒤 예수께서는 “이제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되었다.”(31절)라고 말씀하신다. 아이러니하게도 배신의 순간, 죽음이 다가오는 그 시간에 예수님은 영광의 때를 선포하신다. 성 이레네오가 말했듯이 “십자가 위에서 사람의 아들은 높이 들려,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냈다.”(Adversus Haereses IV,20,7) 하느님 영광은 세속적 승리가 아니라,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는 사랑(필리 2,8) 안에서 드러난다. 예수님의 죽음은 패배가 아니라, 하느님과 인류의 새로운 계약의 시작이다. 
 
베드로는 “주님을 위해서라면 저는 목숨까지 내놓겠습니다.”(37절)라고 고백하지만, 곧 세 번 부인할 것이라는 예수님의 예언을 듣는다. 이는 우리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 준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베드로의 열정은 진실했으나, 그의 힘은 약했다. 그러나 그의 회개는 더 큰 은총을 낳았다.”(Homiliae in Ioannem 72,1)라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베드로처럼 두려움 때문에 주님을 부인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실패 자체가 아니라,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용기와 회개이다. 베드로는 눈물을 흘리며 회개했고, 그 눈물 속에서 다시 빛을 보았다. 
 
우리 안에는 유다의 탐욕과 베드로의 두려움이 동시에 존재한다. 때로는 어둠을 향해 걸어가고, 때로는 주님을 고백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나 차이는 분명하다. 유다는 어둠에 머물렀고, 베드로는 눈물을 통해 빛으로 돌아왔다. 성 암브로시오는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께 돌아가는 회개의 눈물은 세례의 물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De Paenitentia II,8,75) 오늘 성체의 식탁에 참여하는 우리는 유다처럼 그분을 배반하기보다, 베드로처럼 약하더라도 다시 일어나 주님께 돌아가야 한다. 우리의 삶은 빛과 어둠을 넘나들지만, 언제나 다시 빛을 향해 머리를 돌리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길이다. 나의 두려움과 약함을 주님께 고백하며, 베드로처럼 회개의 눈물을 흘릴 용기를 청하자.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나를 배신으로 이끄는 탐욕과 유혹을 멀리하고, 주님의 십자가 영광을 드러내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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