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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2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4-02 조회수 : 86

주님 만찬 성목요일

 

 

사람들이 많이 본 영화, 마동석 배우가 주연으로 나오는 ‘범죄도시2’에서 유명한 대사가 있습니다. 위협을 무릅쓰고 불법 수사까지 불사하며 범인을 쫓는 모습에 동료 형사가 만류하면서 “도대체 타지에서 이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뭡니까?”라고 묻습니다. 그때 주인공 마석도 형사가 이렇게 답합니다.

 

“이유가 어딨어, 나쁜 놈은 그냥 잡는 거야.”

 

솔직히 영화를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 위협을 무릅쓰고 범인을 쫓는 이유를 ‘그냥’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나쁜 놈은 잡아야 한다’라는 단 하나의 원칙을 따르니 그냥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님을 따르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님을 철저하게 따르면서,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사랑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역시 ‘그냥’이 아닐까요? ‘사랑하라’는 단 하나의 원칙을 따르니 그냥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사랑의 삶은 그냥 편안한 마음을, 그리고 기쁨과 평화의 마음을 갖게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다른 이유를 계속 붙이는 우리입니다. 남들과의 비교, 나의 욕심과 이기심을 드러내는 것 등등…. 이렇게 이유를 붙이다 보면 어떻게 될까요?

 

그냥 사랑하기 힘들어집니다.

 

주님 만찬 성목요일인 오늘, 복음에서는 “끝까지 사랑하셨다.”(요한 13,1)라고 말하면서 이어질 세족례와 십자가 수난의 동기를 이야기하십니다. 배반할 유다, 당신을 세 번이나 부인할 베드로, 도망칠 제자들임을 아시면서도 이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내어주신다는 것입니다.

 

세족례는 주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줍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 위에 군림이 아니라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가시는 것입니다. 먼저 겉옷을 벗고 수건을 두르십니다. 당시 발을 씻어주는 일은 이방인 노예 등 ‘아랫사람’이 하는 일이었습니다. 또한 겉옷을 벗으셨다는 것은 당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어놓으심을 상징하며, 수건을 두르신 것은 스스로 가장 비천한 종의 형상을 취하셨음을 의미합니다.

 

베드로가 “제 발은 절대로 씻지 못하십니다.”(요한 13,8)라고 말합니다. 겸손해 보이는 말처럼 보이지만, 사실 인간적인 체면과 위계질서에 갇혀 하느님의 방식을 거부하는 교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는 하느님께서 종처럼 낮아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으신 다음,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준 것이다.”(요한 13,15)라고 말씀하십니다. 즉, 우리도 자존심, 직함, 체면 등의 겉옷을 벗어야 하고, 수건을 두르고 허물, 실수, 아픔 등의 누군가의 더러운 발을 닦아줘야 합니다.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힘들게 하는 유다와 같은 사람을 위해서도 사랑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냥 사랑해야 합니다.

 

 

오늘의 명언: 잘 보낸 하루가 행복한 잠을 가져다주듯, 잘 보낸 삶이 행복한 죽음을 가져다준다(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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