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3주간 화요일]
우리 안에 매일 현존하고 싶어 하시는 주님의 간절한 바람의 표현, 성체!
참 신기한 일이 한가지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릴 때는 어찌 그리도 밥 시간이 기다려지는지 모릅니다. 어찌 그리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이 많은지? 왜 그리도 미련하게 숨도 못 쉴 정도로 과식을 하는지?
반대로 뭔가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 보람되고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일을 할 때는 먹고 마시는 일이 부차적인 일이 되고 맙니다. 몰입하고 헌신하는 과정에서 나를 잊고, 일상적으로 겪는 고통과 우울감을 잊고, 더 나아가서 먹고 마시는 일조차 잊게 됩니다.
복음선포와 인류 구원 사업에 과몰입 중인 예수님을 가까이 따라다니느라 습관적 배고픔과 목마름에 시달려왔던 제자들이 하루는 이렇게 청합니다. “선생님 그 빵을 늘 저희에게 주십시오.”
아직도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강조하시는 빵에 대한 참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오븐에서 갓 구워져 나온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부드럽고 맛있는 세상의 빵만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래로만 향하던 제자들의 시선을 더 높은 곳으로 향하도록 초대하십시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6,34)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매일의 성체성사 안에서 쪼개지고 나누어지며 우리를 위한 생명의 빵이 되십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가난하고 고통받는 백성들 안에 현존하시며, 그들을 위한 영원한 생명의 빵이 되십니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적인 헌신과 관대한 나눔으로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의 양식을 제공하라고 초대하십니다.
그런 우리의 노력은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웃들을 향한 생명의 빵이요, 동시에 우리를 향한 영원한 생명의 음료가 될 것입니다.
영성체 때 우리가 영하는 성체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 성체는 우리 안에 매일 현존하고 싶어 하시는 하느님의 간절한 바람의 표현입니다. 우리와 온전히 하나 되고 싶어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눈물겨운 바람의 구체적인 표현이 영성체입니다.
은혜롭게도 우리는 이 미사를 통해서 우리와 온전히 하나 되고자 간절히 원하시는 예수님의 살과 피를 받아 모실 있습니다. 이 미사를 통해서 우리는 그 크신 하느님을 보잘것없고 비천한 우리 안에 모실 수 있는 것입니다. 고맙게도 우리는 매일의 영성체를 통해 죄투성이인 우리 몸을 하느님의 성전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유한하고 제한적인 우리지만 은혜롭게도 성체성사를 통해 영원성을 지향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 사랑받기에 부당한 죄인인 우리지만, 매일의 미사를 통해 이 땅에서부터 영원한 삶을 살짝 맛볼 수 있습니다.
이토록 은혜롭고, 이토록 과분한 하느님의 선물이 매일 아무런 조건 없이 무상으로 주어진다는 것,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모세의 인도를 따라 사막을 횡단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만나와 메추라기를 통해 한시적이고 제한적인 생명의 빵을 맛보았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제공되는 생명의 빵은 무한 리필입니다. 우리가 그분께로 나아가기 위해 발길을 돌리기만 한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그 어떤 제약도 없이 언제든지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영원한 생명의 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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