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11,27-33
내가 청하는 것을 내가 존중하는지 먼저 물어야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 (마르 11,33)
찬미 예수님! 연중 제8주간 토요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 원로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논쟁을 벌이는 장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들은 예수님께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오?"라며 아주 예리한 질문을 던집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진리를 알고 싶어 하는 진지한 구도자들의 모습 같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들의 질문에 답을 주시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례자 요한의 권한이 하늘에서 온 것인지 사람에게서 온 것인지 되물으십니다.
그러자 그들은 속으로 얄팍한 계산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하늘에서 왔다고 하면 왜 믿지 않았느냐고 할 것이고, 사람에게서 왔다고 하면 군중이 두렵고.'
결국 그들은 진실을 외면한 채 "모르겠소"라고 거짓말을 해버립니다.
그러자 예수님도 단호하게 선언하십니다.
"나도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
주님은 왜 진리를 묻는 이들에게 침묵하셨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진리에 대한 '존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진리를 알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진리를 이용하려 했을 뿐입니다.
하느님은 스스로 정직하지 않으면서 진리를 훔쳐 가려는 자들에게는 결코 하늘의 신비를 내어주지 않으십니다.
어느 마을에 허풍이 심하고 체면을 중시하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몸이 자꾸 아파서 아주 용하고 신통하다는 명의를 찾아갔습니다.
의사는 남자의 진맥을 짚어보더니 차트를 들고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환자분, 정확한 진단을 위해 묻겠습니다.
평소 식습관은 어떠시며, 술과 담배는 얼마나 하십니까?"
남자는 의사 앞에서 자신이 게으르고 방탕하게 산다는 것을 들키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태연하게 거짓말을 늘어놓았습니다.
"아, 저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조깅을 하고요. 술과 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습니다.
식사도 철저하게 유기농 채소 위주로 소식하며 완벽하게 관리하고 있지요."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처방전을 써주었습니다. 남자는 비싼 돈을 주고 지어온 약을 매일 정성껏
챙겨 먹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뒤, 병이 낫기는커녕 증세가 악화되어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남자는 화가 잔뜩 나서 의사를 찾아가 멱살을 잡았습니다.
"당신 명의라더니 다 사기꾼 아니오! 당신이 준 약을 먹고 내 몸이 더 망가졌소!"
그러자 의사가 남자의 손을 뿌리치며 싸늘하게 대답했습니다.
"선생님, 제가 지어드린 그 약은 완벽한 명약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약을 '새벽마다 조깅을 하고 술 담배를 안 하는 건강한 사람'을 위해 지어주었지, 매일 밤 술을 퍼마시고 기름진 고기만 먹는 선생님 같은 분을 위해 지어준 적이 없습니다! 당신이 당신의 진짜 모습을 속였는데, 어떻게 내 처방이 당신 몸에서 진리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
이처럼 진리를 대하는 우리의 영적 태도가 얼마나 완벽한 무결점을 요구하는지, 현대 첨단 공학의 법칙 하나를 통해 명확히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반도체 공장의 클린룸(Clean Room) 법칙입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들어가는 초정밀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 공기가 아닌 완벽하게 통제된 '클린룸'이라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 방은 먼지 한 톨, 머리카락 한 가닥도 허용되지 않는 우주에서 가장 깨끗한 공간입니다. 작업자들은 온몸을 방진복으로 꽁꽁 싸매고, 에어 샤워를 거쳐야만 그 방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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